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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티나는 '뷰티 냉장고' 주방 바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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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의 양문형 냉장고 지펠이 출시 10년을 맞았다. 화사한 색과 무늬를 도입한 지펠은 흰색 냉장고 일색이던 부엌 풍경을 바꿔 놓았다. 지펠의 성공은 스탠드형 에어컨, 드럼세탁기 등에서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의 출현을 가져온 전환점이 됐다.

◆ 고급 가전 시장 판도 바꿔놓아=삼성전자는 지난해 지펠을 100만대 판매해 1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7년 출시된 후 누적 판매량은 500만대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판매된 지펠 냉장고를 한 줄로 세우면 중국 만리장성(총연장 약 2700㎞)을 왕복할 수 있다. 눕혀 놓으면 축구장 460개를 채울 수 있는 물량이다. 삼성전자가 지펠을 선보이기 전까지 국내 양문형 냉장고 시장은 미국 GE.월풀, 독일 지멘스 등 외국 제품의 독무대였다. 국내 고급 가전 시장의 97%를 국산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현재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부들의 마음을 파고든 지펠이 국내 양문형 냉장고 시장 판도를 바꿔 놓았다"고 자평했다.

지펠은 현재 전세계 133개국에 수출된다. EU 25개 회원국 가운데 13개국을 비롯해 중국.중동.동남아.남미 등 50개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실적은 냉장실과 냉동실에 별도의 냉각기를 설치한 독립냉각 시스템 등 앞선 기술이 바탕이 됐다.

◆ 생활문화 연구로 주부 마음 파고들어=외환위기의 정점이던 98년 냉장고 상품기획과 개발.디자인.마케팅을 담당하는 젊은 인재 4명은 유럽 시장을 공략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그들은 가전 판매점 대신 패션쇼나 연극 공연장 등을 돌고, 주부들의 생활을 연구했다. 당시 팀장이던 윤차수 부장(냉장고 상품기획그룹장)은 "귀국한 뒤 석달동안 연구소에서 먹고 자며 하루 18시간씩 유럽인들의 입맛에 맞춘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며 "주방에 설치하면 10㎝이상 앞으로 튀어나오는 경쟁 제품과는 달리 싱크대와 꼭 맞는 지펠은 단숨에 영국을 비롯한 유럽 시장을 휩쓸었다"고 말했다.

2001년에는 세계 최초로 컬러 제품을 선보였고, 2004년에는 냉장실에만 설치했던 홈바를 냉동실에까지 채택한 트윈홈바형 냉장고를 출시했다.

2005년부터는 다양한 색상뿐 아니라 페이즐리.다마스크 등 무늬로 패션 개념까지 접목했고, 그 해 말에는 세계 최초의 4도어 독립냉각 냉장고인 '지펠 콰트로'를 개발하기도 했다.이강협 부장은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 제품에 반영한 것이 효과를 봤다"며 "올해 양문형 냉장고 시장에서 150만대를 판매해 세계 점유율 23%로 1위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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