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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변사 세모 관련여부 추적/유 사장 구속이후 수사방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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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박 교주가 빚에 시달릴때 유씨외면이 원인일수도/드러난 혐의는 사기의 “빙산일각”
(주)세모 유병언사장 구속을 계기로 수사팀이 대폭 보강되는등 검찰의 오대양사건 수사가 총력제제로 돌입,4년동안 의혹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32명 집단변사사건과 암매장범 자수동기 등 진상이 밝혀질 것인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이 유사장을 구속하면서 적용한 11억여원 사채사기는 검찰 스스로도 『유사장의 전체 사채사기규모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할 정도로 수사의 기초단계에 불과하며 세모와 구원파·오대양의 관계에서 차지하는 유사장의 위치로 볼때 유사장 구속이 오대양사건 본격수사를 가능케하는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장 구속배경과 앞으로의 검찰수사 방향을 점검해본다.
◇사채사기 수사=검찰은 유사장이 82년부터 송재화씨(45·여)등 하수인들을 통해 구원파의 열성신도들을 상대로 삼우트레이딩(세모의 전신)의 자금난을 호소하며 『하느님의 사업을 하는 유사장을 돕는 것이 구원받는 길이다』는 종교적 논리로 사채를 끌어들인 것으로 밝혀냈다.
검찰은 이 경우 자칫하면 유사장과 피해자들의 관계가 단순 민사상의 채권·채무관계에 머무를 수 있으나 ▲4∼5푼의 높은 이자를 약속하고 ▲영수증·사채장부·가명계좌 등을 이용했으며 ▲피해자들이 상환을 요구할 때 하수인인 송씨등이 혼자책임을 뒤집어 쓴점 등으로 볼때 형법상 상습사기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유사장의 사채사기액수를 더 밝혀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수사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그 이유로 법률적인 측면과 피해자부분 등 두가지를 들고 있다.
법률적인 어려움의 대표적 사례는 검찰이 오대양 박순자씨가 송재화씨를 통해 유사장에게 4억6천만원을 전달한 사실을 수표추적을 통해 확인했으나 이를 유사장의 범죄사실에 포함시키지 못하는 부분이다.
결국 문제의 4억6천만원을 유사장의 범죄사실에 포함시켜 유죄판결을 받게 하려면 이 돈이 박씨의 돈이 아니며 피해자들이 박씨에게 돈을 빌려준 시기·액수·장소 등이 분명히 밝혀져야 하는데도 이미 박씨가 숨진 상태여서 수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검찰이 밝혀낸 11억여원의 피해자들처럼 구원파와 손을 끊고 피해사실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한 사채부분에서 유사장의 혐의를 추가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유사장의 사채사기 관련사실을 결정적으로 포착한 것은 송재화씨가 84년 모은행 대전지점을 통해 박순자씨로부터 4억6천만원을 받아간 사실을 확인하고 돈의 향방을 추적한 것이 단서가 됐다.
검찰은 수사초기 송씨가 4억6천만원을 인출할 때 수표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은행거래원장을 뒤졌으나 원장에는 전액을 현금으로 인출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는 것.
현금이 인출됐을 경우 돈의 행방에 대한 추적이 불가능한 점 때문에 벽에 부닥칠 뻔한 검찰수사는 은행직원들이 거액거래자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수표로 인출해간 경우에도 현금인출로 표시해 준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수사는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결국 송씨가 돈을 찾아간날 이 은행이 발행한 수표총액과 송씨를 포함,이날 돈을 찾은 고객들의 원장에 나타난 수표총액을 확인한 결과 송씨가 수표로 찾아간 사실이 입증됐고 결국 이 은행 수표등 3억여원이 세모측으로 건너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유씨를 이미 사기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송씨의 공범으로 단정하고 추가수사끝에 11억여원의 사기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한 뒤 유사장을 소환,구속하게 됐다.
◇암장범들의 자수동기=검찰이 이후의 수사진전에 기대를 거는 것은 유사장의 구속이 김도현씨(38)등 자수범들의 심경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초 검찰은 김씨등이 구원파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3일간 자수동기를 추궁했으나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한 실정.
검찰은 이들의 자수가 구원파 혹은 구원파 핵심인 유사장과 어떤 형태로든 관련이 있으며 이 경우 유사장을 자유인(?)으로 놔둔 상태에서는 김씨등의 심경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유사장을 구속한 뒤 김씨등을 상대로 이들의 자수가 양심의 가책에 의한 것인지 혹은 구원파나 세모측이 모종의 계산에 따라 자수를 권유했는지를 집중조사할 방침이다.
◇오대양 변사사건 수사=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유사장이 소환되기 하루전인 지난달 29일 『숨진 오대양사장 박순자씨가 거둬들인 사채의 행방을 추적하면 변사사건의 성격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32명의 변사사건 자체는 외부인에 의한 타살일 가능성은 희박하고 32명중 일부가 나머지 사람들을 죽이고 자신들은 자살한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결국 송재화씨를 통해 거액의 사채를 유사장에게 전달한 박씨가 채권자들에게 시달릴 때 유사장이 이를 해결해주었는가,아니면 모른체 했는가가 변사사건동기를 푸는 중요한 열쇠라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주변에서는 유사장이 박씨의 어려움을 모른체 하자 박씨가 추종자들과 함께 도피하던중 배신감의 표시로 집단자살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일 유씨를 기소할때 이 부분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검찰의 이같은 가설이 여러가지 정황증거로 미루어 인정된다 하더라도 변사사건 자체는 결국 이경수씨 등 몇명이 많은 사람들을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당초 검찰의 수사결과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대전=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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