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협착증 아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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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65)씨의 집 보일러는 겨울만 되면 쉴 새 없이 열을 내뿜어야 한다. 엉덩이가 데일 정도로 방바닥이 뜨거워야만 하는 김씨의 몸 때문이다.

그래도 다리가 얼음장처럼 차고 시려 담요도 두장씩이나 덮지만 시린 느낌은 좀체 가시지 않는다. 저리는 다리를 주무르며 잠자리에 들지만 밤잠을 설치기 일쑤. 집 밖을 나섰다가가도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은게 한 두번이 아니다. 결국 최근엔 마비현상까지 나타났다.

결국 병원을 찾아간 그에게 의사가 내린 진단은 '척추관협착증'. 관절염으로만 알고 벌침·파스·물리치료 등 별 노력을 다해본 게 허사였다. 엉뚱한 치료만 받은 허송세월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노년기의 건강주의보 '척추관협착증' 신호등이 켜졌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척추의 문제는 하반신을 위태롭게 만든다. 디스크와 구별도 쉽지 않아 뜸을 들이다간 오히려 몸을 망치게 된다.

◆척추관협착증,겨울이 두렵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과 인대가 수축되고 피가 잘 통하지 않는다. 다리가 시리고 아픈 증상은 그래서 겨울에 더하다. 주로 다리가 그렇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척추관협착증을 앓아 생기는 증세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주변의 뼈나 인대가 노화되고 두꺼워지면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져 신경을 누르면서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눌리는 신경이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기 때문에 허리보다 엉치·허벅지·종아리·발끝 등이 저리거나 당기고 힘이 없어진다. 조금만 걷다가도 주저앉기 십상이다.

특히 누워있거나 앉아서 편히 쉬면 통증이 누그러지다가도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다시 엉덩이와 다리가 아파 오래 걷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 50대를 넘기면서 퇴행성으로 생긴다. 초기엔 허리와 엉덩이에 통증이 와 똑바로 눕거나 엎드리기 힘들어지는 정도지만 심해지면 허리를 앞으로 구부정하게 굽히고 걸어야 된다. 허리를 구부리면 척추관이 이완돼 압박이 느슨해져 일시적으로 아픈 증상을 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척추관협착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관절염이나 디스크로 오해, 민간요법이나 물리치료에 의존하다 병을 키우게 된다. 마비가 오기 전에 제대로 치료를 받느냐 마느냐에 따라 치유의 명암이 엇갈린다.

◆수술,겁낼 필요가 없다
척추관협착증 초기에는 물리치료와 주사요법, 운동처방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증세가 더 심해지면 수술을 해야 된다. 신경을 누르는 뼈와 인대를 제거하고, 불안정한 척추를 지탱하는 고정기기를 끼워넣는 척추고정술을 하는 것이다.

과거엔 단단한 막대 형태의 고정기기를 이용한 수술을 했다. 수술시간이 길고 전신 마취가 불가피했다. 회복기간도 3~6개월이나 걸렸다. 하지만 최근엔 스프링 형태의 척추 고정기기를 이용한 연성 고정술을 도입하고 있다. '바이오플렉스'로 불리는 스프링 형태의 척추고정기를 쓰면 정상 척추의 유연성을 85%까지 확보한다. 물론 수술뒤 1~2개월이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후유증도 적다.

박경우 광혜병원 원장은 "많은 퇴행성 척추질환 환자들이 수술 후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염려, 수술을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계속 미루다보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며 "개선된 최신 수술법이 통용되고 있는 만큼 무조건 기피하기 보다 전문가와 상담,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경우 자문의
- 연세대 의대 졸, 의학박사
- 연세대 의료원 신경외과 전문의
- 현 광혜병원 원장
- 02-538-7111
- www.kwanghyespine.com

○Tip - 디스크 ·척추관협착증 구분법

스스로 가려내기가 쉽지 않아 화를 부르는 게 척추관협착증이다. 보통 디스크로 불리는 '추간판탈출증'으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둘은 큰 차이가 있다.

척추는 24개의 척추뼈와 뼈와 뼈 사이에 있어 완충역할을 하는 물렁뼈로 구성돼 있다. 척추관은 척추를 따라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통로다.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다발을 누르는 게 척추관협착증이다. 반면 추간판탈출증은 제자리에서 빠져 나온 디스크(물렁뼈)가 지나가는 신경의 일부를 건드리는 것이다. 둘 다 신경을 압박하는 것이지만 통증은 다르게 나타난다. 3가지 구별법이 있다.

① 바로 누워서 무릎을 편 채 다리를 들어올렸을 때
디스크의 경우 엉덩이부터 허벅지 뒤쪽, 장딴지 뒤쪽, 발등 또는 복사뼈가 당기거나 아프다. 반면 협착증은 다리를 들어올리기가 쉽고 대부분 정상각도를 유지한다. 큰 무리감을 느끼지 않는다.

② 허리를 구부렸을 때
디스크일 경우 신경이 압박을 당해 고통을 느낀다. 반면 협착증은 신경구멍이 넓어지기 때문에 더 편하거나 통증이 별로 없다

③잠자리
디스크 환자는 탄력이 별로 없는 단단한 요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몸이 푹 빠지고 허리가 구부러지는 침대에서 엉덩이와 무릎을 구부린 채 자는 것이 더 편하다.
도움말=광혜병원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ygodot@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이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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