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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영재 과정 바늘구멍"

중앙일보

입력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자녀가 영재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또한 자녀의 영재성을 깨울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그런 만큼 영재교육이 갈수록 관심을 끌고 있다. 권치순 서울교대 영재과학교육원장을 만나 신입생 선발과정, 교육과정, 영재교육원이 바라는 학생 상 등을 들어봤다.

서울교대 영재과학교육원은 최근 2007학년도 신입생 120명을 선발했다.

- 영재교육원에 들어가려면.

"시험자격을 얻는 것부터 쉽지 않다. 3차 전형을 하는 데 먼저 서류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소속 학교 교원이나 자연계열 대학교수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영재교육원 검증 절차도 거쳐야 해 내신뿐 아니라 경시대회 입상 경력 등이 꼭 필요하다."

- 문제 수준은.

"출제 범위를'3학년 말까지 배운 내용'으로 못박고 유형도 수능 과학탐구영역과 비슷하게 30문제를 출제한다. 하지만 합격자 중에서도 90점 이상인 학생이 없는 데서 보듯 문제 수준이 매우 높다. 특히 도형과 그림을 이용한 문제가 많아 깊이 공부하지 않으면 문제 이해도 힘들다. 2007학년도 입시부터는 수학과 과학을 접목한 형태의 문제가 도입돼 더 어려워졌다는 반응이다."

- 2차 전형은.

"정원의 2배수 정도 선발한다. 2차에 합격한 학생들은 3차 논술형 지필고사와 심층면접고사를 본다.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단계다. 부문별로 4~6개 문제를 주고 1시간~1시간30분여 간 풀도록 한다. 사고의 폭을 알아보는 것이다."

- 심층면접은.

"5개 정도의 문제를 준 뒤 정리 시간을 주고 1~2문제를 택해 대답하는 방식이다.'요즘 비행장에 철새가 많이 날아와 비행에 지장을 주고 있는데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라'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논리적 근거를 갖고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 영재교육원 수업 진행은.

"입학하면 한 해 100시간의 영재교육을 받는다.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영재 수업에는'생각하고 활동하는' 탐구실험 위주의 교육이 이뤄진다. 학생이 직접 실험하고 원리를 찾는다."

- 수업의 특징은.

"한 주제를 놓고 체계적·심층적인 수업을 한다. 과학 부문의 경우'탐구기법'주제를 놓고 관찰.분류.추리부터 변인통제.실험예상까지 20개 넘는 방법론을 배운다. 각각의 방법으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수기로 작성해 낸다. 배운 원리를 토대로 학기당 100여 개의 사이버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 방학 활동은.

"여름방학에는 2박3일간 지방 순회 과학캠프가 열린다.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지리산 노고단 고산생태계 조사, 변산 채석강 지질탐사 등을 했다. 3박4일간 영재교육원에서 진행하는 겨울방학 캠프에는 프로젝트 수업이 이뤄진다. 이번 겨울방학에도 학생들은 팀을 짜 지렛대와 도르래의 원리를 접목한 타워크레인을 만들며 과학을 실생활에 연결하는 법을 배웠다."

- 1년 과정이 끝나면.

"우수 학생을 뽑아 2년차 심화과정에 들어간다. 영재교육원에 입학한 120명 학생 중 2년차 과정을 수강하는 인원은 20명 정도다. 2년차 과정에 드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 다음의 3차 과정은 현재 3명에 불과하다. 이때는 학생이 교수방에서 직접 교수에게 강의를 듣고, 질문을 하고, 교수의 실험에 동참하기도 한다. 일종의'도제제도'인 셈이다."

- 출신 학생들의 진로는.

"70~80%가 한국과학영재학교, 대학 및 서울시 지역교육청 영재교육원, 과학고 등에 진학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서울교대 영재교육원에서 각각 15명과 13명이 합격했다. 청심국제중도 올해 10여 명이 합격했다."

- 영재에 대한 평소 생각은.

"영재는 동전을 넣으면 나오는 자판기가 아니다. 학생에게 맞는 교육을 해야 한 명의 영재가 만들어진다. 영재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몰두할 수 있는 특성'이다. 실험에 빠지면 밥 먹는 것도, 친구들과 놀 생각도 잊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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