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민정계 동태에 “부글부글”/눈길 모으는 제주휴가 동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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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일정 논의 중지」 약속 틀린다”/노 대통령에 간접시위 효과
최근 박태준 최고위원을 중심으로한 민자당내 민정계의 반YS 기류형성과 최영철 대통령 정치담당특보의 「야당식 경선」 발언으로 당내 대권내분이 조기 촉발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영삼 대표가 휴가지인 제주에서 여권 핵심인사를 연쇄 접촉하면서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시위를 벌이는 기색이어서 김대표의 제주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김대표의 민주계 일각에서 「제2의 마산행」이라고까지 주장하는 김대표의 휴가지 정치는 31일 김윤환 사무총장의 제주행을 고비로 가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는 당초 단순휴가 여행임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김종필 최고위원과 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청와대의 최영철 특보와 손주환 정무수석을 포함,제주에 휴가왔던 민정·민주·공화계 의원들을 두루 접촉,노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직접적 불만자제
김대표는 이런 자리에서 의외로 선후계자 결정 후총선이라는 평소 주장을 직접 피력하지는 않고 김대중 신민당총재와의 7월1일 회동내용 등을 슬쩍슬쩍 비치면서 변죽만 울린 뒤 『노대통령의 집권후반기 안정을 위해서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대화를 끝낸다는 것이다.
분위기로 노대통령에대한 불만을 표시할뿐 직접적인 불만토로는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 김대표를 만난 정치인들의 대체적인 얘기다.
김대표의 이런 신중한 행동과는 달리 민주계는 좀더 적극적으로 불만을 흘리고 있다.
노대통령이 평소엔 김대표에게 2인자로서 행동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다른 편으로 박태준 최고위원에게 민정계 결속을 지시하고 김종필 최고위원에게도 내각제의 가능성을 열어놓은게 아니냐는 것.
이들은 노대통령이 더블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모든 말썽이 그 때문이라고 적극 퍼뜨리고 있다.
민주계는 다른편으론 지난번 광역의회때 부산·경남에서 몰표를 준 것은 민자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김대표에 대한 이 지역주민들의 기대때문이라면서 만약 김대표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해 은근히 위협적인 발언도 하고 있다는 것.
○김총장 무마 사절
이것은 김대표와 민주계 특유의 2중 작전이기도 해 청와대측은 사태가 확산될까봐 여러측면으로 손을 쓰면서 수습에 안간힘.
김윤환 사무총장이 31일 김대표를 방문하는 것도 김대표의 초조감과 불쾌감을 무마하는 사절단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스스로 표현하는 것도 이런 내막적인 사정 때문이다.
김총장은 30일 손주환 정무수석과 민주계의 최형우 정무1장관과 연쇄접촉,청와대와 민주계의 풍향을 감지한 뒤 기자들에게 『별일 없을 것』이란 말로 내분진화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다.
김대표도 김총장을 통해 청와대의 「감」을 읽고 자신의 불편한 심경을 청와대로 전달한 뒤 상경후 노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자신의 구상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계측도 31일 김대표 측근인 강인섭 당무위원과 황병태 의원이 제주로 날아가 김총장과의 면담내용에 관해 김대표와 최종 협의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대표가 휴가여행에서 돌아와 바로 민정계와 전면전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측근들의 관측이다.
김덕룡·황병태 의원과 최형우 정무장관,강인섭 당무위원 등은 한결같이 『김대표가 돌아와 경천동지할 제안을 하거나 민정계에 선전포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아직 생사결단을 할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민정계의 최근 심상찮은 움직임이 노대통령의 「정치일정 논의 중지」 지시를 위배하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항의하면서 박최고위원을 중심으로한 민정계의 결속에 제동을 걸고 밀실정치 지양 등을 요구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
○입장강화 요구할듯
김덕룡 의원도 『김대표는 국민적 합의를 얻어낼 수 있고 당화합을 다지면서 정권재창출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혀 DJ에 맞설 수 있는 대안이 김대표밖에 없다는 점과 김대표 중심의 당권강화를 요구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민정계측은 이미 확실한 청와대측 감을 잡고 있다는 것이며 용평에서 민정·공화계 의원들과 두루 접촉하고 있고 김종필 최고위원 쪽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어 김대표의 구상이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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