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최고 큰손은 美 캐피탈 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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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투자회사인 캐피탈 그룹이 국내 주식시장을 주무르는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 우량주를 집중 매집했던 캐피탈 그룹은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는 틈을 타 한국타이어.국순당.풀무원 등 중소형 내수주를 사들이며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써 캐피탈 그룹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등록사는 총 28개사로 늘어났다.

이들 28개사의 시가총액만 합쳐도 7조9천억원에 육박하고 있어 투자 금액만으로는 국내 최대의 투자기관인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액 보다 1조5천억원가량 많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분의 5% 이상을 매입했을 경우에만 금감원에 보고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5% 미만의 지분을 매입한 회사까지 감안한다면 총 주식 투자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분 매입을 보고한 주식 4억2천만주 가운데 약 40%를 캐피탈 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캐피탈 그룹이 사들이는 종목은 주로 대한민국 '대표주'나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알짜주'다.

지난달 15일 국민은행 지분을 5.01%에서 5.99%로 늘린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6.43%).현대차(5.61%).제일기획(7.5%) 등 업종 간판주를 사들였으며 최근에는 중소형주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특히 캐피탈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계열사의 지분은 시가총액으로 4조8천7백억원에 달해 이건희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의 시가총액보다 두배 정도 많다. 지금까지 거둬들인 평가 차익도 짭짤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캐피탈 그룹이 지분 매입 보고를 한 2001년 6월보다 두배 이상 상승했다. 2000년 10월 지분 매입 보고를 한 현대차도 2백50%나 급등했다. 지난 9월 신고를 낸 국민은행도 2개월이 채 안되는 기간에 14%대의 수익률을 올렸다. 최근 매입한 한국타이어.국순당.풀무원도 11월에만 10% 정도 올랐다.

교보증권 임송학 이사는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여서 투기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우리나라 증시의 근간이 되는 주식이 한 회사에 몰려 있어 캐피탈 그룹의 운용 전략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캐피탈 그룹=미국 LA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약 7천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초대형 자산운용사다. 자산 규모만 한국 거래소 시가총액의 2.6배에 달한다. 스위스.일본.홍콩 등에 있는 6개 자회사를 통해 해외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캐피탈 그룹 인터내셔널과 미국 3대 뮤추얼 펀드인 아메리칸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캐피탈 리서치 앤드 매니지먼트로 나뉜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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