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방송위, 표절 판단 지침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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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가에 프로그램 베끼기 논란이 뜨겁다. 특히 어느 때보다 포맷의 변화가 컸던 올 가을개편 이후 인터넷 공간은 표절 공방으로 가열 중이다. 방송사들이 앞다퉈 '경제'를 화두로 내세우면서, 교양과 오락을 접목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을 양산하면서, 서로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이 등장한 때문이다.

현재 네티즌에 의해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은 10여개. 이와 관련, 제작자가 표절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을 요구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일본 후지 TV가 자사 프로그램과 '스펀지'(KBS)'TV 장학회'(SBS)가 비슷하다는 의혹에 대해 두 방송사에 질의서를 보낸 것이다(본지 11월20일자 23면).

진실 여부를 떠나 상황이 이쯤되자 방송위원회가 본격적으로 나섰다. 방송위는 26일 "충분한 검토를 거쳐 표절.모방 방송 프로그램 심의 지침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앞으로 표절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이는 방송심의 규정(33조)에 따라 진행해 온 표절.모방 심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해온 데다 세부기준 미비로 판정 자체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심의규정은 '방송은 국내외의 타 작품을 표절해서는 안된다''방송이 국내외의 타작품을 모방하는 경우에는 창의성이 가미돼 새로운 창작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추상적으로만 규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방송위는 심의지침에 ▶방송 프로그램 구성의 유사성▶진행방식(진행자.출연자 등의 역할)과 코너의 유사성▶제작기법(자막.세트구성.음향효과.촬영 영상기법 및 반복화면 사용)의 유사성 여부 ▶아이디어와 창의성 유무 등 세부기준을 담을 방침이다.

방송위는 또 이와 별도로 표절시비가 일고 있는 '스펀지'와 'TV 장학회'에 대해 제재 여부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심의위원회는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자료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표절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제재 논의를 위한 심의회의를 열 계획이다.

방송위 관계자는 "논란만 무성할 뿐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 게 표절이지만 앞으로 의지를 갖고 단속해 나갈 방침"이라며 "심의규정이 아닌 지침에 기준을 넣는 것도 상황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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