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새 협력시대 모색/모스크바 정상회담 무얼 논의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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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축보다 소 개혁이 주의제/중동문제합의 양국관계 새 전환점
부시 미국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네번째로 갖는 30,31일의 미소 정상회담이 「군축회담」이 되지않을 것이라고 29일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사람사이에 조인될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은 경제적·정치적 논의사항에 비하면 오히려 부차적이라는 얘기다.
10년 가까이 마라톤협상을 벌인끝에 드디어 이루어지는 START협정의 조인이 역사적인 일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미소 두 강대국의 라이벌 관계가 완화됨으로써 핵전쟁 가능성이 멀어진 때문에 지난 45년이래 미소 정상회담을 지배해온 군축의제는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나지 않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번 부시 대통령의 소 방문 일정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START서명식은 두 대통령이 두차례 회담을 가진 후에나 이루어진다.
이번 정상회담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첫날인 30일 크렘린궁에서 고르바초프와 회담을 갖는데 이어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지며 31일 답례만찬때는 소련의 민주개혁 인사들을 초청,이들과도 대화를 나눈다.
마지막날인 오는 8월1일에는 러시아공화국에 이어 우크라이나공화국의 키예프에 들러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연설을 갖는다.
이번 모스크바 정상회담은 미국 대통령이 소련 대통령과 소련내부의 문제를 협의하러 갔다는 점과 이를 위해서는 크렘린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의 여러세력,그리고 개별공화국까지도 방문하는 것이 과거와 다른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의 주제가 『소련이 평화적인 민주개혁과 자유시장체제로 변화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스코크로프트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부시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분명하게 밝힐 메시지는 『소련의 지속적인 민주화노력과 시장경제에로의 변화를 미국이 지지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소련의 변화를 돕기위한 각종의 방안들이 거론될 것이다.
미국측은 따라서 이번 회담의 의제가 자연히 방만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이 소련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담에서도 표명됐듯이 한계가 따른다.
스코크로프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미국이 이미 소련에 제시한 협조안을 좀더 발전시킬 수 있으나 소련이 다급히 필요로 하는 현금지원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은 에너지·교통·군수산업의 민수전환,식량유통체제의 개선을 위한 기술지원과 석유산업 등의 사유화를 위한 분야에서 지원할 것임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소련을 무역상 최혜국 대우를 해준다는 발표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소련의 변화를 도와주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목적이라는 점 때문에 부시로서는 오히려 여느 정상회담보다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시가 취하는 입장에 따라 미국이 소련의 내정을 간섭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 외에도 옐친등 개혁인사들을 별도로 만나는 것이나 우크라이나공화국을 방문하는 것도 그러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부시 역시 소련내 15개 공화국의 자유에 대한 욕구를 무시할 수도 없어 어려운 선택을 한 셈이다.
이러한 미묘한 상황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독립을 요구하는 발트해 3개국의 방문은 취소하고 우크라이나공화국만 선택했다.
따라서 부시의 우크라이나 의회연설은 소련의 중앙정부와 지방공화국간의 관계에 대한 미국쪽의 희망이 실려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소련에 대해 투자나 경제지원을 하기에 앞서 소련의 중앙과 지방정부의 관계가 원만해야 한다고 강조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또 미소 양국의 관계에 새로운 전환을 의미한다.
이제 미국과 소련은 서로 더이상 라이벌이 아니며 두 강대국간 핵전쟁의 가능성도 실제 제로에 가깝게 됐다고 선언하고 있다.
미소 정상은 다가올 새로운 협조시대를 중동문제 해결로 상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모스크바회담에서 미소가 주관하는 중동평화회의 개최가 천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국정상은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할 경우에도 올가을 두나라가 공동으로 아랍과 이스라엘을 각각 초청한다고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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