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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환경마크제 제대로 되려면(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저공해상품에 대해 정부가 일정한 인증서를 부여해 줌으로써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환경마크제도가 내년 실시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환경오염의 상당부분이 상품의 소비과정에 발생하는 폐기물에서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가 환경오염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여 환경보전효과를 얻기 위한 것으로 이미 독일과 일본·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실시되고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소비자들의 환경의식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에 있고,이에 맞춰 기업들도 저공해제품의 생산과 홍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형편에서는 폐기물로 처리되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은 자원절약과 최종 쓰레기의 양을 줄인다는 뜻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따라서 환경마크제도의 실시는 원칙적으로 우리의 절실한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환경마크제도의 운영방안과 대상선정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운영방법에 있어 마크 부여대상을 현재 생산·유통중인 상품 위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유통중인 제품중에도 저공해 또는 폐자원의 재활용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들 환경상품에 대해 정부가 입증서를 부여함으로써 소비가 촉진되면 그만큼 최종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는 있을 것이다. 또 같은 업종의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제도에서도 타산을 맞출 수 있는 극히 한정된 범위에 그칠 것은 정한 이치다.
우리나라의 폐기물 재활용도(2.4%)가 일본(40%)이나 미국(11%)에 비해 극히 저조한 것은 쓰레기의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되는 데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수집하는데 매우 많은 비용이 든다는 현실적 이유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쓰레기는 방치하면서 외국으로부터 연간 1조원에 이르는 고철·폐지 등을 오히려 수입하는 실정이다. 유기질쓰레기로 비료를 만들어 활용하면 토양의 황폐화를 막으면서 무공해 농사를 지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학비료만 쓰는 이유도 그 기술개발과 제조에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수지가 맞지 않는 환경산업에 민간기업을 적극 참여시키려면 정부의 세제 및 재정·금융지원이 있어야만 한다. 가능한 것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환경마크를 부여하여 이를 육성할 수 있는 실제적 혜택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환경마크 상품에 대한 엄정한 선정과 관리문제다. 이것이 잘못되면 환경마크는 상품의 판촉을 위한 이권으로 전락해버릴 우려가 없지않고,환경마크자체를 국민이 불신하게 되어 본래의 취지가 왜곡되는 위험에 빠지게될 것이다. 이미 실시중인 KS마크가 관리잘못으로 소비자들의 불신을 받게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환경마크제도의 운영주체,심사·선정기준,관리체제 등에 엄격한 객관성과 지속적인 감시·검증의 기기능이 완벽해야 한다.
셋째는 정부가 일단 선정해놓은 환경마크 대상에서 포장공해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독일의 통계를 보면 상품의 과대포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전체 쓰레기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양으로 짐작된다. 포장을 간소화하고,재생사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는 상품도 환경마크 대상으로 함으로써 과대포장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환경마크를 꼭 상품에만 국한하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환경개선에 뚜렷한 업적이 있는 인물이나 단체,기술의 개발,공해방지시설이나 페기물처리가 완벽한 업체 등에 대해서도 환경마크를 주어 이를 격려함으로써 환경마크가 사회적 영예와 존경의 상징이 되도록 하는 것도 국민의 환경인식과 실제적 효과에 기여하리라 믿는다.
새로 추진되는 환경마크제도가 현재 유통되고 있는 저공해상품에 대한 장려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환경산업을 육성하고 유도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출발부터 빈틈없고 튼튼한 기초를 마련하기 바란다. 환경문제는 이 시대,이 정권의 과제로 끝날 일이 아니고 앞으로 점점 더 확산될 문제다. 따라서 환경문제에의 접근방식도 먼 장래를 생각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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