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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흥행 막아선 여름 방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외화 등쌀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영화가 흥행 전쟁기인 여름대목에 대작 외화와 맞서 당당히 선전중이다.
요즘 상영중인 한국 영화는 『장군의 아들2』 『잃어버린 너』 『지금 우리는 사랑하고 싶다』등.
이 영화들이 세계 극장 흥행을 석권한 『터미네이터 2』 『나 홀로 집에』 『의적 로빈후드』 『양들의 침묵』 등 미국영화와 『지존무상 2』 『학소도』 『도범』등 홍콩영화를 상대로 고군분투, 외화를 제압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외화 홍수 속 방화로 유일하게 개봉된 『잃어버린 너』는 첫날부터 여성 관객들이 쇄도해 2주 째 매진 행진을 계속, 롱런 채비를 갖췄다.
이 영화는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어느 정도 성공은 예상됐으나 이처럼 폭발 세를 보이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20일 4개 극장에서 동시에 선보인 『장군의 아들 2』는 우중에도 관객들이 줄을 서 전편의 인기를 능가하는 결과를 가져 올 가능성도 보인다.
신나는 액션과 남자들의 세계를 상품화한 『장군의 아들 2』에 비해선 관객동원 능력이 떨어지지만 청소년물 『기금 우리는 사랑하고 싶다』도 의연히 버티는 편.
이번 주말엔 또 다른 청소년물인 『열 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 노래』도 한국 영화군에 가세, 외화로 몰리는 청소년 관객들을 상당부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인들은 대목용. 외화에 맞선 이 영화들이 직배외화의 시장 장점과 극장 주들의 상업주의에 짓눌려 신음하는 한국 영화계를 잠시나마 소생시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영화인들은 올 들어 화제작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 극도의 무력감에 빠져 있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서울 에비타』 『베를린 리포트』 등이 관객들로부터 외면 당해 제작의욕을 상실할 지경에 이른 것.
때문에 외화를 제압하는 『잃어버린 너』 『장군의 아들 2』등의 인기에 힘찬 성원을 보내는 한편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기도 하다.
이는 임권택 감독의 오락성 강한 영화마저 안되거나 장기간 여성용 베스트셀러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마저 외면 당한다면 한국영화는 버티고 설 당이 없지 않느냐는 위기감 속에서 이 영화의 개봉 결과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영화인들은 앞으로 계속 선보일 『열 일곱 살의 쿠테타』 『하얀 비요일』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등도 관객동원에 성공, 미국영화 직배 이후 침체가 가속화 돼 가는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이 솟아나기를 바라고 있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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