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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1세대, 학교 밖으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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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내 간판 사립대의 창학 1세대들이 퇴장하고 있다. 경희대를 설립한 조영식(86.(左)) 경희학원장이 지난해 11월 퇴임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김연준(93.(右)) 한양대 설립자도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이사장은 1980년부터 맡고 있던 이사장직을 최선근(85) 한양대 명예교수에게, 조 학원장은 8년여 만에 이사장직을 김용철(83) 전 대법관에게 각각 넘겼다. 가족 등 가까운 친족에게 넘긴 게 아니다. 두 대학의 새 이사장은 고령의 사회 저명인사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사장직을 그만둔 이유도 두 대학이 거의 같다. 한양대 관계자는 "설립자가 혼자 거동하기 힘들 정도로 몸이 불편해 이사장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희대 재단 관계자 역시 "병실에 계속 있어야 할 정도로 몸이 많이 불편하다"고 전했다.

김 전 이사장은 국민 애창곡인 '청산에 살리라' '비가' 등 1500여 곡의 가곡을 작곡한 유명 작곡가다. 1939년 한양대를 창립해 59년부터 73년, 75년부터 80년까지 각각 한양대 총장으로 재직했다. 조 학원장 역시 51년 경희대 전신인 신흥초급대를 설립해 60년부터 80년까지 총장직을 맡았다. 이들 모두 두 대학을 굴지의 사학으로 키웠다.

하지만 두 대학의 설립자들이 이사장직을 넘긴 배경엔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영향을 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사학법에 따르면 이사장의 친족은 총장을 맡을 수 없게 돼 있다. 경희대는 조 학원장이 이사장직을 그만두면서 차남인 조인원(53) 교수가 총장에 올랐다. 경희대 관계자는 "사학법 때문에 조 학원장이 이사장을 맡고, 차남이 총장에 재직할 수 없어 용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준 전 이사장의 경우 현재 장남인 김종량(57) 총장이 93년부터 총장직을 세 차례 연임 중이다. 한양대 관계자는 "사학법 때문에 설립자 2세로 학교 운영체제가 빠르게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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