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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경제는 실천이다" 박근혜 "경제는 사람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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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선 주자들의 불꽃 튀는 논쟁은 설 명절을 앞두고 '경제 대통령' 이슈로 옮겨 붙었다.

논쟁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해 "실물 경제 좀 안다고 경제를 잘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 때문일까. 다른 주자들도 경제 측면에서 이 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 전 시장은 1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 프로에 나와 "경험하지 않고 일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서민을 위한 정책을 폈지만 서민이 더 어렵게 됐다"고 받아쳤다.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의 체험과 논리, 처방을 가지고 '대한민국 경제병'에 접근하고 있다. 누가 유권자의 경제 심리를 자극하고 흔들 것인가.

'경제는 상상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이 전 시장의 지론이다. '실전 경제'가 그의 모토다. 그는 "정책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방법은 비슷하게 알지만 문제는 과연 실천할 수 있느냐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샐러리맨 성공 신화'로 상징되는 현장의 실전 경험과 성과로 한국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한반도 대운하'와 '국제 과학도시' '4만 달러 시대 개척'을 이뤄내겠다는 주장이다.

최근 이 전 시장 측은 'MB A+'란 구호를 다듬고 있다. 'MB(명박의 영문 이니셜)가 경제를 A+'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선점하겠다는 의욕이 역력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경제 지도자론'이 키워드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국가 지도자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경제 지도자'"라고 말한다. 대통령은 경제 철학을 바탕으로 유능한 경제 전문가를 등용해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는 논리다.

이 전 시장이 '실전 경제'라면 박 전 대표는 '사람 경제'인 셈이다. 지도자는 경제 리더십을 갖고 사람을 잘 쓰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용인술이 경제 운용의 핵심이 된다.

지난달 경제 자문단을 공개한 것도 박 전 대표를 돕는 사람의 면면을 통해 그의 경제 철학을 알게 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한다.

'사람 경제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철의 사나이' 박태준 전 총리를 포항제철에 투입하고, 김정렴 비서실장에게 10년간 경제 조정의 역할을 맡겨 한국 경제를 이끌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경제론은 '글로벌 경제'다. 이른바 '21세기 광개토 전략'이 요체다. 광개토 전략은 세계 10대 글로벌 기업을 키우고, 세계 100위권에 드는 대학 10곳을 길러내겠다는 구상. 이 대학에서 길러낸 이공계 분야 인재인 '디지털 주몽' 10만 명을 해외로 내보낸다는 구상도 담겨 있다. 또 미국 등 선진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적극 추진하고, 한.중.일.러 등 주변 국가들을 경제협력체로 묶어야 한다는 비전도 포함된다.

◆원희룡, "분배 활성화"=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성장에 기반한 분배 활성화를 꿈꾼다. 그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국내에선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중소기업 경제 강국'을 내세운다. 중소기업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발목을 풀어주고 정부의 역량은 중소기업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민생 경제에 온기가 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전 서울시장을 겨냥해 "재벌 중심, 토목.건설 중심의 경제관으로는 21세기를 열 수 없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천정배, "사람에 대한 투자"=김근태 의장은 '따뜻한 시장경제'가 슬로건이다. 지난해 8월 '뉴딜'을 제안한 바 있는 그는 경제계와 노동계의 대타협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김혁규 의원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잠재적 대선 후보로 꼽히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최근 이 전 시장을 겨냥해 "시멘트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지식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며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국토의 부를 어느 한쪽으로 몰아주기 위한 국토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용호.서승욱.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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