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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 '이순신을 만나다' 펴낸 서강대 지용희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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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치권의 이전투구 속에 대기업 총수는 줄줄이 검찰로 불려가고, 그 와중에 휘청거리는 국내 기업과 금융회사는 외국 자본이 몰려와 헐값에 쓸어가고 있다. 수출은 잘 된다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국내 제조업체는 모두 중국으로 피난을 떠나 국내 산업은 껍데기만 남고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한국경제를 구출할 영웅은 없는가. 이 물음에 서강대학교 지용희 교수(경영학과)는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라는 책으로 해답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와 패잔병.어부로 구성된 오합지졸을 이끌고 2백여척의 일본 정예 함대와 맞붙어 기적 같은 승리를 이뤄냈습니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 이순신 장군이 17전 17승이란 신화를 창조해낸 비결은 무엇인가. 거기에 21세기 경제전쟁의 시대에 한국경제를 구원할 비결이 숨어 있습니다."

池교수는 명량해전에서 보여준 불굴의 의지를 이순신의 으뜸 덕목으로 꼽았다. 이순신이 감옥에 있는 동안 원균의 조선 수군은 철천량해전에서 궤멸하고 말았다. 남은 것은 12척의 배와 오합지졸뿐. 당시 임금 선조조차 이순신에게 해전을 포기하고 육군 대장이 될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오히려 '우리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면 적의 진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며 선조를 설득했다.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은 바로 이같은 불굴의 의지였다는 것이다.

"포드.마이크로소프트.휼렛 패커드 등 세계적인 기업은 불굴의 의지로 무장한 맨 주먹의 기업가가 만들어냈습니다. 돈이 없어서, 사람이 없어서, 기술이 없어서 못한다고 야단이지만 바로 이런 때 이순신 장군의 불굴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이순신의 수군을 무적 함대로 만든 또 하나의 비결은 '신뢰'였다고 池교수는 강조했다. 백의종군 후 맨손으로 시작한 이순신은 왜군이 휩쓸고 간 폐허를 누볐다. 민심을 수습하고 패잔병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이순신이 나타났다는 말에 도주했던 패잔병이 모여들었다.

"이순신 장군은 청렴결백.공평무사.정직을 몸으로 실천했기 때문에 백성과 군사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신뢰를 얻지 못한 기업가는 작은 전투에서 이길지 모르나 전쟁에선 승리할 수 없습니다."

지용희 교수는 중학교 1학년 시절 역사 선생님이 '최악의 조건에서 백전백승한 이순신 장군이 결국은 자살했다'는 말을 들은 다음부터 이순신 추앙자가 됐다. 20여년 간 이순신의 유적지와 격전지를 돌고 일본까지 건너가 모아온 사료를 바탕으로 첫 이순신 연구서를 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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