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폰 전쟁 불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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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휴대전화를 둘러싸고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저가폰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가폰 전략의 대명사인 소니에릭슨까지 중저가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비자 가전의 강자인 애플까지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들었고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세계 3위 휴대전화 메이커인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전화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에릭슨이 저가폰을 무기로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소니에릭슨은 컬러 화면에 음악 재생 기능을 탑재한 저가 휴대전화를 인도에서 생산한다. 이 회사는 2009년까지 인도 현지의 휴대전화 생산량을 1000만 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소니에릭슨 휴대전화 판매량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굿모닝신한증권 강희영 연구원은 "소니에릭슨이 100유로(약 12만2000원) 이하의 워크맨폰을 출시하는 등 그동안 소홀했던 중저가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올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 성장률이 지난해(18%)보다 둔화한 10%로 전망되고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가폰으로 이익률을 유지하면서 저가폰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는 세계 4위 소니에릭슨은 그간 세계시장에서 음악 특화폰인 '워크맨폰'과 디지털카메라 특화폰인 '사이버샷폰'을 내세워 고가 전략을 구사해 왔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소니에릭슨과 150~200달러대의 고가폰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싸워 왔다. 지난해 소니에릭슨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은 184달러로 삼성전자(172달러)와 LG전자(160달러)에 비해 비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중.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견지하고 있지만 정작 고가 시장에서 소니에릭슨이 더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인도 시장에서 60~100달러대 저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 왔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로선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지난해 말 퀄컴으로부터 30달러대의 저가폰 전용칩(QSC 6010)을 대량 공급받으면서 50달러 이하의 저가폰을 공급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강희영 연구원은 "휴대전화 시장에서 글로벌 '빅 5'의 과점 현상이 강화되면서 고가폰과 저가폰 시장 모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노키아는 고가폰 라인업을 강화하고, 삼성전자는 저가폰 시장을 더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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