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다시 간 모술 서정민 특파원 르포] "목조심" 인사말에 머리칼 쭈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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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에서 이라크 북부 유전도시 모술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23일 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그러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으로 머리칼이 쭈뼛거렸다. 바리케이드를 친 검문소는 지난 10월 초에 왔을 때보다 곱절은 많아 보였다. 검색은 철저했고 사람들은 짜증을 참느라 벌겋게 달아올랐다. 저항세력 소탕작전에 투입된 탱크.장갑차 등 미군 기갑차량 때문에 교통 흐름이 곳곳에서 끊겼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에 가까이 가자 두대씩 짝을 지은 아파치 헬기가 이곳 저곳에서 저공비행을 했다. 티크리트 초입에 있는 알아우자 마을은 흡사 포로수용소 같다. 미군은 후세인 추종자들이 많이 산다는 이 마을을 세겹으로 빙 둘러 철조망을 쳤다. 최근에 설치한 3중 철조망이 햇살에 은빛으로 빛났다. 단 한군데뿐인 입구에는 지그재그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미군 탱크 여러 대가 가로막아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경계를 서는 미군에게 들여보내 달라고 하자 "지역사령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가로막았다.

주변 마을 주민은 "알아우자 주민들은 마을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입 통제가 심한데다 미군과 접촉하기 싫어서 그럴 것"이라는 설명이다. 티크리트에는 다니는 차량이 많지 않았다. 일주일 전부터 '기름 파동'이 다시 시작돼 오지 않는 기름을 기다리며 주유소 앞에 장사진을 친 차량이 많았다.

휘발유를 넣기 위해 두시간을 기다린 티크리트의 한 주유소에는 '사랑과 충성을 우리 후세인 장군에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새 페인트로 칠해져 글씨가 또렷하다.

티크리트를 떠나 모술로 왔다. 한달여 만에 다시 찾은 이 도시는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라마단(이슬람 단식월)의 시작과 끝은 각 지역 무프티(종교법 해석 최고권위자)의 해석에 따르는데 이곳에선 23일을 마지막 날로 선언했다. 그러면 다음날부터 1주일간 축제다. 그래서인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모술대 주변에는 오후 10시가 지났는데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달간의 단식을 끝낸 이곳 무슬림들은 크게 소리내고 떠들며 서로 축하를 나눴다.

그러나 대학가의 찻집에 앉아 있는데 주위의 대화가 온통 '저항세력의 총에 맞고 목을 베인 미군'이야기 일색이었다. 이 중 한명이 나를 보더니 조심하라는 뜻인듯 자기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주변 사람들이 낄낄거렸다. 이날 만난 미군 101공중강습사단의 통역관 무하마드(쿠르드족)는 "조심하라, 목 날아간다"는 말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한편 한국 국회 조사단은 이날 이라크 북부의 키르쿠크와 모술을 방문해 현지 행정당국과 미군 관계자들을 만났다. 압둘라만 파타 키르쿠크 주지사는 "한국이 파병할 경우 테러에 대응할 수 있는 병력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술이 있는 니나와주의 카미 알바소 주지사는 "한국군이든 다른 어떤 국가의 군대건 치안 확보를 위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티크리트.모술=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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