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쉼] 물고기와 온천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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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때 갈 만한 곳이 온천, 특히 노천 온천이다. 일기예보가 정확히 들어맞았다면 온천에서의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공기가 차가울수록 노천탕의 수증기는 강하게 뿜어져 나온다.
짙은 안개가 사방을 감싸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순간에는 온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난해 1월 14일 개장해 1주년을 맞은 이천 테르메덴에 다녀왔다.

<이천>글·사진=성시윤 기자

테르메덴 임대현(43) 사장에게는 명함이 두 개다. 하나는 테르메덴 것이요, 또 하나는 '문학사상사' 대표이사 명함이다. 매월 '문학사상'이라는 문예지를 발간하고, 매년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펴낸다.

그래서일까. 이 온천에는 특이한 구석이 있다. 온천 안의 실내외 풀장에서 수영모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 어른 가슴 깊이의 바데풀(수압을 이용해 몸 전체를 마사지하는 풀)에서 꼬맹이들이 튜브를 타고 물장구를 치며 노는 모습이 그렇다. 전국의 풀장치고 수영모를 쓰도록 강제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또 대부분의 바데풀에는 수심보다 키가 작은 어린이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다.

수영모 안 써도 되고 모든 풀에 유아 입장

"가족이 잠시라도 떨어지지 않게 하자는 게 제 철학입니다. 수영모 문제는 머리카락 여과기를 자주 가동해 해결할 수 있고요. 사실 수영모 쓰고 온천 하자면 답답하지 않나요?"

임 사장 설명을 듣자니 일리가 있다. 훌륭한 바데풀을 갖춘 온천이라 하더라도 아이와 함께 들어갈 수 없다면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에겐 효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곳은 모든 풀에 유아가 들어갈 수 있는 대신 유아 전용 풀은 다른 온천에 비해 왜소하다.

테르메덴이라는 이름은 독일어로 온천을 뜻하는 '테르메'와 낙원이라는 뜻의 '에덴'이라는 말을 합성한 것. 바데풀을 중심으로 한 독일식 온천이다. 실내와 실외에 각각 바데풀이 있는데, 매우 널찍하다. 실내 바데풀은 지름이 30m에 이른다.

이곳은 수도권이다 보니 규제가 많아 온천 허가를 받고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곳 온천수는 원탕 온도가 40℃이며, pH 9 정도의 나트륨 알칼리수다.

"엄마야! 고기가 나 물어"

테르메덴은 국내에서 최초로 사람의 각질을 쪼아 먹는 물고기를 지난해 9월 이후 온천수에 집어넣어 인기를 얻었다. 중국 하이난 섬에서 들여온 '친친어'라는 물고기인데, 어른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작다. 원래 수온이 40도 정도 되는 곳에서 서식한다. 테르메덴에 이어 다른 온천과 스파 몇 곳도 친친어를 도입했다. 경기도 광주의 스파그린랜드, 대구 스파밸리, 대명콘도 경주점 '아쿠아월드'에서 친친어탕을 체험할 수 있다.

테르메덴에서 친친어가 있는 곳은 야외 노천탕이다. 깊이가 50㎝ 정도로 그다지 깊지는 않다. 원래 얕은 물에서 사는 물고기라 한다. 테르메덴 입장료 외에 별도로 일인당 5000원(어린이는 3000원)을 내야 체험할 수 있다. 인기가 높다 보니 주말에는 오후 2시 정도에 당일 예약이 완료되는 단점이 있다. 오전 10시(평일 11시)~오후 6시에 30분 단위로 체험하는데, 저녁 이용분까지 낮 시간에 예약이 차버린다는 것이다.

방문객들이 자리를 잡아 수면이 안정되면, 슬슬 고기들이 발이나 허벅지 등을 쪼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엄마! 고기가 나 물어' 하며 엄살을 부리는데, 무서워하면서도 재밌다는 표정이다. 여성보다 각질 관리를 잘 안 하는 남성에게 고기가 더 많이 몰린다. 고기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은 주변의 부러움과 눈총을 동시에 산다.

■이용 정보=영업 시간은 동절기(12월 1일~이듬해 3월 1일)의 경우 주중 오전 8시~오후 8시, 주말 오전 7시~오후 9시. 다만 실외 부분은 오후 6시까지만 개방한다.

■입장료=어른이 주중 2만원, 주말 2만5000원, 어린이(만 36개월~13세)는 주중 1만3000원, 주말 1만8000원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입장권을 20% 정도 싸게 살 수 있다. SK텔레콤 멤버십 카드가 있으면 현장에서 입장료를 40% 할인 받는다. 031-645-2000.

■찾아가는 길=제1중부고속도로 서이천 나들목→나들목 나와 우회전→여주 방향 42번 국도→안성.설성 방향 70번 지방도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이천까지 간 뒤 이천터미널에서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탄다.

다양한 온천·스파 이벤트

강원도 속초시 척산온천 지구에 있던 설악파인리조트(033-635-5800)가 최근 스파 패키지를 내놓았다. 설악파인리조트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스파시설 '가든스파'에 온천수를 이용하고 있다. 자체 온천을 개발한 덕이다. 패키지는 25평 객실 1박과 두 명의 조식 및 석식, 스파이용권을 포함해 주중 10만8000원, 주말 12만3000원이다.

충남 덕산 스파캐슬(041-330-8000)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한해 2월 25일까지 장미꽃잎탕.사해머트탕.한약탕 등 다양한 이벤트 탕을 운영한다. 스파케슬 안의 웰루스센터에서는 매일 오전 10시에 선착순 15명에게 무료로 체성분 분석도 해 주고, 오후 3시에는 선착순 10명에게 테라피를 무료로 해 준다.

경기도 광주 스파그린랜드(031-760-5700)에서는 2월 28일까지 이용객 중에서 2명을 추첨해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보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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