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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터 보전에 최우선을(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용산 미8군기지의 오산·평택이전이 확정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미8군기지가 도시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음으로 해서 서울의 교통문제가 악화되어 왔고 도시발전에도 커다란 장애가 되어 왔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한 비록 한미간의 상호 필요에 의한 것이라 해도 한 나라의 수도 한복판에 거대한 외국군의 기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반미감정등 불필요한 정치적·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며 현 국제조류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점에서 미8군기지의 이전을 원칙적으로 환영하는 바이지만 이전비용의 염출문제,이전시기,새 기지의 규모,미8군기지 자리의 활용등 이전에 따르는 갖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신중히 그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이미 한미간에 합의가 끝난 문제이기는 하지만 막대한 이전비용을 전적으로 한국이 부담하게 된데 대해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미군의 주둔이 기본적으로는 한미상호 필요성에 의한 것임은 틀림없는 이상 이전비용도 적절히 분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최소한 미국이 약속한대로 「토지소유의 최소화」와 「시설종합화」를 통한 이전비용 절감에 최대한의 성의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어떻든 18억∼20억달러로 추산되는 이전비용을 한국이 떠맡게 되었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이 비용을 서울시가 전적으로 떠맡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미8군기지의 이전은 서울시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적 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기지 이전에는 서울에 있는 시설의 철거뿐 아니라 오산·평택의 도시계획까지 포함되는 이상 그 비용은 국고에서 염출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이다.
벌써부터 그 비용염출을 위해 미8군 기지의 일부를 민간에 불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비용염출을 위해서는 가장 손쉬운 일이긴 하겠으나 그것은 미8군기지의 이전이 갖는 의의를 반감시키는 것이다.
현재 서울은 녹지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삭막한 도시가 되어 있다. 이는 「개발」이란 이름아래 녹지를 마구 파괴해온 그동안의 도시개발정책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만은 그러한 단기차익적 유혹에 사로 잡혀서는 안된다.
이미 기본계획에 마련된 그대로 모두를 공원화함으로써 서울시민이 마음놓고 숨쉴 수 있는 녹지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용의 기본은 어디까지나 보존이지 결코 개발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8군기지 자리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오산·평택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오산·평택지역에는 이 기회에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도시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것에는 언젠가는 새미군기지마저 없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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