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핵 물리 공동연구소 카를로 루비아·새뮤얼 팅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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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은 기술에 의한 눈부신 발전을 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초과학이 뒷받침해 주는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노벨상을 타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위해 기초과학에 전념할 때입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며 물리학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인 유럽 핵 물리 공동 연구소(CERN) 소장 카를로 루비아 박사(57)와 책임연구원 새뮤얼 팅 박사(55)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청으로 우리나라와의 과학기술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이탈리아 태생의 루비아 박사는 자연의 힘인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합하는데 필요한 3개의 입자(+W, -W, Z입자)를 발견함으로써 물리학의 궁극적 목표인 「대통일장이론」을 실험적으로 뒷받침, 물리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지난 8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루비아 박사가 소장으로 있는 CERN은 지난 54년 유럽 14개국이 공동으로 스위스·프랑스 접경지대에 설립한 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소로 4천여 명의 물리학자들이 물질의 기본구조와 우주의 신비를 풀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4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소장으로 취임한 뒤 CERN을 유럽만이 아닌 세계의 공동연구소로 발전시키겠다고 생각해 핀란드와 동구권으로는 처음으로 폴란드를 가입시키고 미국·소련·아시아 국가와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CERN의 세계화를 위해 일본·중국·대만·인도에 이어 한국과의 공동연구도 추진키 위해 방한했다는 루비아 박사는 『10여 명의 한국과학자들이 현재 CERN에서 실험연구를 하면서도 CERN과 한국과의 협력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팅 박사는 물질이 3개의 쿼그(quark)로 이뤄졌다는 기존 이론을 뒤엎고 네 번째 쿼크로 구성된 J입자를 발견해 물질기본구조연구에 대혁신을 가져온 공로로 지난 7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루비아 박사 일행은 15일 KAIST에서 3백여 명의 교수·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물질 궁극적 구조에 대한 최근의 결과및 동향」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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