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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중앙일보

입력

최근 미모의 한 여가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조사 결과를 근거로 신문기사 등이 전한 자살동기는 심한 우울증이었다. 밀려오는 스트레스에 견디다 못해 우울증에 빠져든 그녀의 선택은 죽음이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주변에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울증' 또는 '울병'이라고도 하는게 우울증이다. 임상적으로 가장 흔한 스트레스성 정신장애 중 하나다. 성인 10명 중 1명은 일생 동안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 우울증의 평균 발병 연령은 40세지만, 요즘은 더 빨라지는 추세다.

우울증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처음에 가볍게 생각했던 부분적인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극으로 치달아 객관적인 생각을 하기 힘들게 만드는 '감정 컨트롤'의 문제다.

우울증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현대 의학은 아직 밝혀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신경전달 물질이 완전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 빠지면서 환경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증상은 우울하고 괜히 슬퍼지거나 불안하고, 무슨 일을 해도 재미가 없고, 잘 웃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경우엔 기분은 괜찮은데도 소화불량.두통에 목과 가슴에 뭔가 걸린듯한 느낌, 변비.설사, 성욕감퇴 등 몸이 여기저기 아픈 증상만 있을 수도 있다.

우울증은 한번만 나타날 수도 있고 주기적으로 재발 되기도 한다. 한번 나타나면 그 증상이 3~6 개월간 지속되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의 약 10%는 망각과 환각을 경험하기도 하며, 40~50대 갱년기에 발병하는 우울증은 주로 일반적 증상외에 초조·걱정·후회·죄책감·절망감·편집증 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성격이 강박적이고 양심적이며, 융통성이 적고 책임감이 강하거나 급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들에게서 잘 나타난다. 여성은 아이를 출산한 후 4주 이내에 우울증이 발병한다. '산후 우울증'이라 한다.

우울증은 유전적 요소가 있다고 믿기 쉽다. 실제로 이 병을 가진 가족이 있으면 주변인에게도 우울한 기분이 옮겨져 같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이 경우는 유전적 발현이라기 보다는 후천적 환경요인에 의한 경우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서도, 성장과정에서 부모와의 사별이나 이별의 경험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성격이 의존적이고 열등감이 심한 사람, 지나치게 양심적이고 자아가 너무 강한 사람들에게 많다. '마음의 감기'인 것이다.

이 때문에 치료는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에선 처방으로 감정뇌를 다스리는 '사암침'과 밝고 상승된 기운을 불러 일으키는 '청연탕'을 쓴다. 사암침은 경락을 조절해 심장의 기운을 강화하고, 활력을 올려 기분을 상승시키며, '청연탕'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용안육.백복신, 뇌의 감정에 대한 반응력을 높이는 석창포와 원지, 숙면을 유도하는 산조인, 기력을 올리는 황기.인삼 등의 약재가 혼합돼 있다.

하지만 우울증과 같은 스트레스성 정신장애엔 무엇보다 정서관리(mental Management)가 중요하다. 현실분석을 통해 자신의 상황과 삶을 좀 더 유연하게 보는 게 극복의 시작이다. 마음 속에 있는 병의 원인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가벼운 우울증도 조기에 치료가 가능하고, 잠재된 치유력도 끌어낼 수 있다. 내 마음과 몸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우울증 극복의 시작이다.

포기하는 삶보다는 더 누려야 하는 삶이 우리의 선택이다. 생명은 더더욱 포기할 없는 문제다. 그것은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임형택
- 경희대 한의대 졸,동대학원 졸
- 경희대 한의과대 외래교수
- 현 자하연한의원 소울클리닉 원장
- 02-3448-7575
- www.jaha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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