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COS포럼] 도로자툰 印尼 경제총괄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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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격차가 경제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3일간 서울 쉐라톤워커힐에서 열린 EACOS 포럼에서 제기된 화두다. 정보차단이 경제성장을 막고 있다는 얘기다. IT 후진국들은 구체적인 예까지 들어가며 선진국들이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후진국들에 대한 IT투자를 늘려줄 것을 호소했다.

인도네시아 도로자툰 쿤초로자크티 경제총괄 장관은 "IT 후진국들은 선진국들과의 정보화 격차 때문에 과거 식민지 시대보다 더한 경제 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인터넷의 기본인 전화선이 없고 컴퓨터도 거의 없어 기업이건 개인이건 인터넷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바로 파악할 수 없다. 광통신망도 없어 대형 컴퓨터를 들여다 놓아도 이를 네트워크에 물려 쓸 수가 없고 이 같은 환경 때문에 외국 기업 유치도 힘든 실정이다. 여기에다 컴퓨터 사용을 위해 필수적인 전기조차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인터넷이 발달해 있지 않아 각종 생산물의 국제 시세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자국의 주력 산업인 농.수산물을 국제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외국 무역업자에게 넘기기 일쑤다. 이 때문에 아무리 많은 생산을 해도 국가 경제가 궁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쿤초로자크티 장관은 "만일 정보화가 이뤄져 상품이 제값을 받으면 동남아 국가의 공산품 구매력이 커지고, 그에 따라 한국.일본의 제품을 더 많이 살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IT 선진국들이 인도네시아 등 후진국들의 IT인프라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국의 비분 샴순 상원의원은 "IT 선진국들이 인건비가 싼 동남아에 PC 공장을 만들어 세계 수출 기지로 삼고 동시에 동남아 지역에 싸게 PC를 공급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동남아 국가의 의견에 대해 마이크 무어 전 WTO 사무총장은 "동남아 국가들의 통신 시장이 독점체제여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또 "어느 나라든 젊은이들은 정보화 열망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 컴퓨터를 구해 익히는 게 대세이므로 특별한 지원은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쿤초로자크티 장관은 "동남아의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며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동남아 젊은이들은 컴퓨터를 대하기 힘들고, 통신 시장을 2~3개사가 경쟁하도록 바꾼 것도 이미 오래 전"이라고 지적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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