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럼즈펠드 반응' 왜 혼선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 17일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는 예년에 비해 여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현안인 이라크 추가 파병이 집중 논의됐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지원 부대 중심으로 3천명을 추가 파병하겠다는 우리측 구상에 미국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18일자 조간신문은 모두 이 문제를 1면 톱으로 다뤘다. 미국 측의 반응에 대해 중앙은 (한국의) '공식발표 기다리겠다', 동아는 '무응답', 조선은 '수용', 한겨레는 '3천명 파병 접근'으로 구구각색이다. 1면 톱기사의 제목만 놓고 보면 한국의 구상을 미국이 긍정적으로 수용했다는 데서부터 유보적 또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데까지 이른다. 한마디로 혼선이다.

미국의 반응에 대한 해석상의 혼선은 언론뿐 아니라 정부도 매한가지다. 외교.국방 당국은 미국의 반응에 대해 입을 다물거나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반면 청와대와 국가안보회의 사무국 측은 추가 파병에 대한 미국의 사의 표명을 우리 구상에 대한 동의로 기정 사실화하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18일 오산 미군기지에서의 연설과 귀국길의 기상 회견을 통해 북한을 자극하는 말을 쏟아냈다. 인민은 기아에 허덕이는데 무기에만 돈을 쏟아붓는 북한 권력은 악이다, 북한 정권이 쿠데타 등으로 갑자기 교체될 수 있다, 북한이 남침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등등….

럼즈펠드는 한국에 대해서도 보다 자주적 안보를 위한 목표를 설정할 때임을 훈수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평소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일 수도 있지만 한국 측 파병 구상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될만도 하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20일자 5면에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의 비교적 솔직한 발언을 보도하고 있다. 롤리스가 19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의 조찬에서 의무.공병 위주의 파병은 미국에 부담만 될 뿐이며 럼즈펠드 장관의 사의 표명은 추가 파병 결정에 대한 감사의 뜻을 밝힌 것이지, 재건.지원 부대 위주의 3천명 파병 구상을 수용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으로 미국의 반응에 대한 혼선은 가닥을 잡아가게 됐지만 앞으로 보다 충실한 속보와 해설이 요구된다. 한.미 동맹관계를 굳건히 하기 위한 파병이 보내고도 욕을 먹는 결과로 나타나선 안되겠기 때문이다.

그밖에 지난 2주 간의 기사를 보면 13일자 중앙일보는 독립운동가인 이강훈 전 광복회장의 타계 기사를 2면 1단 기사와 사람면 박스 인물소개로 다뤘다. 타지는 12일자 석간과 13일자 조간 모두 1면에 뉴스를 배치하고 관련 기사를 사회면이나 사람면 톱박스로 실었다. 그 정도의 대표적 독립운동가라면 적어도 뉴스기사는 1면에 배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샴 쌍둥이로 태어나 싱가포르에서 성공적으로 분리수술을 받은 사랑.지혜 자매가 13일 귀국한 기사와 사진이 중앙일보엔 9면(사회면)에 실렸다. 그 정도로 관심을 끌고 화제가 됐던 아기들의 분리된 모습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1면에 배치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경쟁지들은 같은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정부의 특검 거부 움직임을 비판한 박관용 국회의장의 성명과 KBS 수신료 징수 방법을 둘러싸고 정연주 사장이 한나라당의 崔대표를 만난 기사가 타지와 달리 13일자와 18일자 중앙일보엔 실리지 않았다.

중앙일보 12일자 경제섹션 3면 기사에서 휴대전화 판매 1위의 핀란드 기업 노키아를 노르웨이 기업으로 오기하고, 20일자 5면 국회의원 정수 증원 합의와 관련해 崔대표가 한나라당 특위 간사인 김용균 의원을 '야단쳤다'고 표현한 것은 사소한 것이지만 적절치 않아 보인다.

10일자 1면 톱 '한.중 조폭 합작 수천명 밀입국', 11일자 경제섹션 톱 '현대상선 경영진 정몽헌 회장 사망 1주일 만에 스톡옵션 잔치', 19일자 1면 '알카에다 올초 국내 잠입'등은 중앙일보의 눈에 띄는 단독 기사였다.

성병욱 중앙일보 고문.세종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