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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지성] 타들어가는 기억력의 심지 어떻게 늘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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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 안심이 안돼 뒤돌아 본 적 없는가? 차 세워둔 곳을 못 찾아 주차장을 헤맨 적은? 임원회의 때 필요한 자료 파일을 놓고 와 낭패를 보진 않았는지? 열쇠.휴대전화.아이의 학예회…. 일상에 널린 망각의 지뢰를 한번이라도 '깜빡' 밟은 적이 있다면, 명심하라. "매일 당신은 알츠하이머병(치매)에 다가가고 있다."

미국 UCLA의 기억력.노화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뇌 노화 전문가 개리 스몰에 따르면 노쇠는 인생의 숙명적 단계가 아니라 질병에 가까운 사태다. 치매 또한 유전적 불운이나 장수의 필연적 대가가 아니라 예방 가능한 질환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체계적인 뇌 훈련을 통해 일상적 기억력을 높이고 고령화 사회의 재앙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9장에 이르는 본문은 말하자면 '뇌 건강 9계명'이라 할 지침들이다. 시시각각 타들어가는 기억력의 심지를 어떻게 연장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특히 1장에서 6장에 걸친 기억력 향상술에 딸린 테스트는 그 자체가 흥미로운 놀이다. 독자는 먼저 기억력 저하를 얼마나 자각하고 있는지를 점검한 뒤 객관적인 기억력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본문에서 제기된 실천지침을 반복함으로써 보다 선명한 기억력에 도전할 수 있다.

저자가 권하는 기억력 증진술 중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전략을 보자. 상대방의 이름을 신경 써 들으며 명함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라(보기). 그리고 이름과 얼굴의 이미지를 마음속에서 사진으로 찍어라(찰칵). 끝으로 이름 사진과 얼굴 사진을 합치라(결합). 또 다른 방법은 발음이 비슷한 다른 단어로 치환해 외우는 것이다. '이철희'라면 몸에서 '이'를 잡아서 손톱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그려보란 식이다. 이밖에도 특정한 장소나 잘 아는 길을 이용한 '로마방' 기억법, 숫자를 이미지와 결합하는 '못박기' 암기법 등 구체적인 기억술이 소개된다.

생생한 사례와 독창적인 프로그램이 돋보이는 신간은 2002년 미국에서 출간되자 베이비붐 세대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고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스테디셀러에 올랐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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