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성] 神이 예정한 예수와 유다의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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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역사적 대결'은 서양 문학.예술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라이벌 일곱 쌍의 대결 양상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라이벌의 면면은 카이사르와 브루투스, 예수와 유다, 바그너와 니체, 나폴레옹과 메테르니히 등이다.

로마 제국의 통치자 카이사르와 그를 죽인 브루투스, 그리고 인류의 구원자 예수와 그를 배반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유다 등의 관계를 '감히' 라이벌로 묶은 것은 그들이 각각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창조한 '천재'들이었다고 보는 저자의 색다른 역사 의식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1936년에 독일에서 처음 출판됐다. 1890년 독일에서 태어난 저자 루돌프 K 골트슈미트 옌트너는 정치학.문화학.역사철학을 공부하고 '천재성'이란 문제에 몰두하면서 역사에서 잊혀진 천재에 대한 책들을 펴냈다. 이 책을 통해 천재들이 세상과 대면하는 모습을 그렸다고 밝힌 저자는 자신의 글쓰기를 '대중 문학적 역사 기술'이라고 했다.

서양 역사를 창조한 영웅적 모험가이자 정치적 천재로 카이사르를 평가하면서도 저자는 브루투스 역시 카이사르에 비견할 만한 가치를 창조했다고 본다. 군주제 독재를 실현하려는 카이사르를 죽임으로써 브루투스는 독재에 저항하는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이란 가치를 실현했다는 것이다. 이는 군주제로 나아가려는 나폴레옹에 실망한 베토벤이 브루투스를 좋아해 그의 작은 입상을 방에 두고 보았던 일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예수와 유다의 관계도 일종의 신의 예언을 고통 속에서 탁월하게 구현한 역사적 천재들의 대결로 묘사된다. 예수가 고통받는 구세주로 십자가형을 받고 부활하도록 한 성서의 예언을 실현했다면, 예수의 운명이 실현되게 한 또 다른 주역은 유다였고 나아가 예수를 배반하게끔 예언된 유다의 운명이었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괴테와 클라이스트''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등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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