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4) 인천 계양 민주당 정창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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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를 준비 중인 정창교(42) 민주당 정세분석국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인천 계양을 전장으로 선택한 것도 오랫동안 이곳에서 노동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곳을 기반으로 노동자 야학교사, 민주노총 인천지부 실무자, 인천 택시노조 사무국장으로 일한 10년 동안 그는 세 차례 감옥에 다녀왔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은 지난 95년 지방선거 때 인천택시노조의 한 택시기사를 시의원에 당선시키면서다. 이후 지구당 사무국장, 국회의원 보좌관, 인천시지부 정책전문위원 등을 거쳐 민주당 창당과 함께 기획조정국장, 정세분석국장을 맡았다. 정세분석국장으로서 그가 하는 일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민심을 읽고 정치 정세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방면에서 그는 수준급 전문가로 통한다.

정세분석국장으로 일하면서 치러낸 선거만 열 건 가까이 된다. 지난해 대선 땐 그의 손이 간 정세 분석을 토대로 만들어진 선거기획과 전략 덕에 ‘참여정부’가 탄생했다. 당직자로 있으면서 민주당의 분당을 겪은 그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정치 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만 컸지 제도화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민주당 분당사태, 재신임 파문,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정치는 불안하고 정치개혁 입법은 실종돼 가고 있어요. 몰아치기식의 인위적인 정치개혁엔 많은 부작용이 따릅니다.”

정치 기득권층에게 유리한 정치 환경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정치 개혁의 핵심은 공정한 시장 질서의 도입입니다. 현역 의원들은 수시로 의정보고서를 돌리고,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도 지구당보를 뿌릴 수 있지만 정치 신인은 명함조차 못 돌립니다. 단적으로 정치권이 정치신인의 합법적인 사전선거운동 기간을 총선 90일 전부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니까 신인은 1월 15일부터 뛰라는 얘기죠. 그런데 각 당이 예비 경선을 1월 중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정 국장은 전남 구례 태생이다. 그가 커서 선생님이 되길 바랐던 할아버지는 가르칠‘교(敎)’자를 넣어 그의 이름을 지었다. 광주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81년 서울대 국사학과에 입학했다. 광주민주화운동 이듬해였다. 광주의 아픔을 안고 있던 그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세 번의 제적 끝에 15년만인 95년에야 그는 대학 졸업장을 탈 수 있었다. 92년 가정을 꾸린 그는 당시 인천지역노조협의회에서 받는 월급 3만원으로 생활하기가 힘들어 새벽에 우유배달을 했다. 임신 중이었던 그의 아내는 노조 매점에서 물건을 팔았다.

그는 스스로 서민의 편이라고 주장한다. 중앙당 국장이지만 800cc짜리 경차를 탄다. 선거도 나가고 하니 큰 차로 바꾸라고 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마음은 체어맨 못지 않다는 것이 그의 변이다.

그는 아이디어 맨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의 선거운동은 사람들을 즐겁고 유쾌하게 만든다. 그런 그가 ‘선거 사무소 개소식’을 했다. 온라인 선거사무소(www.nagaza.or.kr)다. 화환과 축전은, 받을 공간도 없지만 사절하고 축하 메일만 접수했다. 9월 이후로는 매달 이곳에 선거 비용을 공개하고 있다.

사이버 선거운동이야말로 돈 안 드는 선거의 가장 중요한 방편이라고 역설하는 그는 사이버 선거에 관한 한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민주당 창당대회 때 전당대회장 인터넷 생중계, 김대중 당시 총재와 인천지역 당원간의 ‘화상대화’,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당시 도입한 세계 최초의 ‘전자투표’가 바로 그의 작품들. 그는 “17대 때 당선이 되면 전자당원증을 만들어 지지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국민참여정치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선거전략을 묻자 그는 뜬금없이 ‘대장금’ 선거를 하겠다고 말했다. 장안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대장금’에선 요즘 수랏간 최고 상궁 자리를 놓고 최상궁과 한상궁이 경합(경선)을 벌이고 있다. 극중 한상궁의 원칙과 소신에 반했다는 정씨는 “정의를 바탕으로 실력과 비전을 무기로 하는 ‘한상궁식 선거’를 하겠다”고 밝혔다.

“17대 총선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인터넷이 축제의 마당이 돼야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즐거운 정치, 깨끗한 정치를 선보이겠습니다.”

주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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