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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한미·제일은행 인수 관심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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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HSBC가 제일은행 인수 대신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매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SBC 고위 관계자는 20일 "제일.한미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어 인수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달 방한한 데이비드 엘든 HSBC은행 회장이 '한국 금융회사 인수에 관심이 있으며 가격만 맞으면 인수하겠다'고 밝힌 것은 제일.한미은행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는 HSBC가 한미은행 인수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제일은행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최근 외신 보도와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 20일 한국을 방문한 HSBC은행의 마이클 스미스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잇따라 방문했다. 그는 지분투자설이 나돌던 제일.한미은행은 방문하지 않았다.

이날 스미스 CEO 내정자를 만난 우리금융지주 전광우 부회장은 "HSBC 측이 상호 이익을 위해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혀 우리도 세계적인 금융기업과 어떤 형태로든 협조할 수 있는 길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고 답했다"며 "다만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HSBC 고위 관계자는 "HSBC의 CEO 내정자가 이날 全부회장과 이덕훈 우리은행장을 만난 것은 오는 12월 초 CEO 부임을 앞두고 HSBC 지점이 있는 주요국의 금융시장을 둘러보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업계에서는 이날 회동이 HSBC가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매입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 탐색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HSBC가 국내 금융시장에 본격 진출하려 한다면 은행과 함께 카드.증권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우리금융지주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HSBC는 통상 금융회사를 인수할 때 지분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길 원하기 때문에 정부 지분이 87%인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할 경우 한꺼번에 원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내정자는 이날 오전 삼성전자 본사를 방문했으며, 21일에는 신한은행과 재정경제부.금융감독원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엘든 회장은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회사 인수에 관심이 있으며 값만 맞으면 인수할 생각"이라며 "가격이 적당하고 HSBC의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한국 금융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재홍.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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