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수사로 경기회복 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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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당초 안보다 3조원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에 5%의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1백17조5천억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을 1백20조5천억원 규모로 늘려 적자재정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우리 정부와 연례협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내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규모의 적자재정을 편성하라고 권고했다.

그동안 균형예산을 주장하던 정부가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적자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방침으로 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적자재정이 편성되면 우리나라의 재정과 경제에 큰 무리가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여 앞으로 예산안 본심의 때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난 8월 예산을 짠 뒤 자동차 파업과 태풍이 있었고 고유가가 지속되는데다, 대선자금 수사로 인한 투자 지연 등으로 경기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져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도 이날 예결위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한 농업 추가지원 비용과 이라크 파병에 따라 소요될 예산이 내년 예산안에 수정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상임위에서 "새해 예산안에 대한 자체 심사 결과 실질적으론 5조원 내외의 적자 편성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여기에 국채 발행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세출예산을 늘리면 문제 사업을 포함한 재정적자가 8조~1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반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내년 성장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국채 발행 등을 통한 재정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은 3조~5조원, 열린우리당은 3조원의 적자예산 편성을 당론으로 정했다.

이화여대 전주성 교수(경제학)는 "경기가 침체된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에 다소간의 적자재정을 감수해도 될 것으로 보지만 그동안 매년 추경예산을 관성적으로 편성한 점으로 미뤄 내년에 또 추경을 편성하면 적자 폭이 더 커지기 때문에 예산 증액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윤.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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