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두 버전 동시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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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황건적이 봉기했던 후한(後漢)의 난세에서부터 진나라의 중국 통일까지, 서기 184년부터 280년까지 1백이 채 못되는 기간을 다룬데 비해 명나라 말기의 문호 풍몽룡(馮夢龍)이 작성한 '열국지'는 춘추 전국시대 5백50여년간의 방대한 역사를 다룬다. 주(周)나라가 낙양으로 도읍을 옮기는 기원 전 770년부터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는 기원 전 221년까지가 시대적 배경이다.

'열국지'에는 강태공을 비롯 공자.맹자.한비자.오자서.손자, 관중과 포숙아, 여불위와 진시황 등 난세를 헤쳐간 수많은 영웅이 등장하고 1백여편의 일화, 2백여개의 고사성어가 녹아 있다. 때문에 중국인의 마음과 행동양식을 알려거든 '삼국지'가 아니라 중국인들의 사상과 정치철학, 권모술수, 음모와 배신, 흥망성쇠의 역사가 담겨 있는 '열국지'를 읽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번에 나란히 '이산 열국지'(신서원, 전 12권)와 '소설 열국지'(드림박스, 전 10권)가 출간됐다. 그러나 두 종의 '열국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45년간 한문학에 정진해 온 한학자 최이산(68)씨가 4년간 공들여 번역한 '이산 열국지'는 기존 국내에 소개된 여러 종의 '열국지'에서 보이는 오류를 바로잡은 정역본이다.

최씨는 "그동안 국내의 대표적 번역본이었던 김구용 선생의 '동주열국지'에도 80여곳의 결정적인 오역(誤譯)과 인명.지명의 오기(誤記), 오독이 발견된다. '열국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역사와 고전에 대한 충분한 지식 없이는 제대로 번역할 수 없는 까다로운 텍스트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최씨는 대만 삼민서국의 '중국고전명저 동주열국지'를 저본(底本)으로 삼았다.

스포츠 굿데이에 연재 중인 '소설 열국지'는 기존 번역본에서 부족했던 소설적 재미를 보완했다. 우선 3권이 먼저 출간됐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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