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상승행진 하더니 … 증시 본격조정 들어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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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증시가 검찰의 비자금 수사, 미국 증시의 하락 등 '내우외환'에 휘말리며 크게 출렁이고 있다.

19일 거래소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29.2포인트(3.7%)나 떨어지며 20여일 만에 770선으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시장도 3% 가까이 하락하며 46선에 턱걸이했다. 최근 800선을 넘나들며 강한 면모를 과시하던 증시는 일단 기운을 잃고 털썩 주저앉은 형국이다.

더욱이 주가상승을 견인해온 외국인들이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모두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서자, 증시가 7개월에 걸친 장기 상승 행진을 일단락짓고 본격 조정에 들어간 것 같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한꺼번에 닥친 국내외 악재=세계 증시가 또 동반 하락하며 국내 투자심리도 얼어붙게 했다. 18일 미 다우존스지수는 86포인트 떨어지며 9,600선으로 밀렸다. 연 4일째 하락세다. 일본 니케이 지수가 3% 가까이 하락한 것을 비롯해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도 약세였다.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미국의 물가상승과 금리상승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알카에다의 잇따른 테러 위협과 유가 급등 등으로 세계 증시의 동반 조정을 불러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의 대선 비자금 수사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대내적으로 위태롭던 시장에 또 다른 강펀치를 날린 셈이다. 특히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LG.금호에서 다른 그룹으로 확대되면서 비자금 불똥이 증권시장 전체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증권 김승식 증권조사팀장은 "검찰의 수사는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비자금 조성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국내 기업 전체의 회계투명성 문제로 비화해 외국인의 투자가 주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매수세 이상 징후=외국인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14일부터 매수 강도를 줄여가던 외국인은 18일 4백90억원 매도우위로 돌아선 데 이어 이날 1천1백7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이틀 연속 순매도를 보인 것은 지난달 27일 이후 처음이다.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조정받고 있는 가운데 일본.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하락하면서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서는 모습"이라며 "단기간에 아시아 증시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일단 차익을 챙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큰 상승 추세가 깨진 것은 아니지만 조정 기간은 길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른 데다 국내외 악재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추가 상승을 이끌 이렇다 할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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