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정치오염 안돼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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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자치의 기본 이념은 교육이 정치로부터 벗어나 중립성을 획득하고 교육전문집단에 의한 전문성을 높이면서 교육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확보한다는데 그 참뜻이 있다.
그런데도 교육자치의 첫발을 딛게 될 중차대한 행사인 교육위원 선출이 한달넘게 남은 지금부터 혼탁의 조짐이 일고있음을 우려하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위원이란 교육자치의 실질적 주민대표이고 지역 교육과 학예에 관한 의사결정의 주체인 명예직이다. 따라서 교육위원의 선출이 곧 교육자치의 관문이고 앞으로의 교육자치의 향방을 가늠케 하는 시금석이 된다.
이 교육위원의 선출과정에 이미 돈있는 졸부들이 정당을 기웃거리며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일부 보도는 교육자치의 첫 출발에 암운을 던지는 어두운 신호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원래 교육위원 선출방식을 주민 직선에 의한 선거가 아니라 광역의회 의원의 간선방식을 택한 것도 예상될 수 있는 정당개입과 금품거래를 막으면서 학식과 덕망있는 인사를 선출하자는데 있었다.
기초의회에서 2인의 후보를 추천하면 시도의회의원이 1명씩의 교육위원을 투표로 선출하게 되어있다. 교육위원의 자격은 추천후보 1인은 교육 또는 교육행정 경력이 15년이상이어야 하고 1인은 비경력자도 가능하게끔 되어있다.
혼탁의 개입 가능성은 바로 비경력자의 후보자격을 가능케 해준데서 발단된다. 교육에 관한 전문성을 제고하겠다면서 교육에 관한 지식과 소신이 없는 인물을 후보로 추천할 수 있다는 조항이 혼탁의 소지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우는 교육자치가 그 구성체인 교육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정당성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행 교육위원 선출방식은 분명한 하자로 드러나고 있다.
이미 두차례에 걸쳐 개정과정을 거친 교육자치법에 대해 지금 와서 잘잘못을 따질 겨를이 없다.
교육자치의 첫 관문이고 첫 행사인 교육위원 선출은 결국 현행법상 시도의원들의 양식과 교육적 소신에 달려있게끔 되어 있다. 이들의 올바른 추천과 선출이 교육자치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차대한 시점인 것이다.
따라서 지방의회 의원들은 양식과 사명감을 지니고 개인적 친분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자신들의 추천권과 선출권을 행사해야 한다.
정치권 또한 교육자치의 참뜻이 현실정치의 오염된 정치판으로 전락되지 않게끔 정치적 간섭이나 영향력을 배제해야할 것이다.
교육자치의 첫걸음이 교육위원의 공정한 선출에 있다는 사실을 시도의원들은 새삼 환기하면서 교육의 중립성·전문성·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신들의 추천·선출권에 양식과 신념을 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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