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아, 자신 있거든 돌을 던져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세상 사람들아, 송두율의 얼굴을 보아라, 눈빛을 보아라, 그리고 이 사람이 쓴 글들을 보아라. 마찬가지 눈으로 박정삼의 얼굴을 보아라, 그리고 이 사람이 국회에서 증언하는 목소리를 들어봐라. 그러고 나서 자신 있거든 돌을 던져라."

'농부 철학자' 윤구병(60)씨가 노동자 월간문예지 '작은책'(11월호)에 '송두율, 박정삼, 나 윤구병 이 세 사람'이란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원고지 15장 분량의 이 글은 최근 지식계 최대 이슈를 만든 주인공들의 과거를 되새기게 만든다.

"우리 셋은 서울대 철학과 동기동창이다. 지난 시절 셋 다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이 저지른 반민족적이고 굴욕적인 한일회담에 어깨를 걸고 맞섰다."

윤씨는 충북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9년 전부터 농사일을 하며 대안교육장인 '변산공동체'를 운영 중이다.

송두율(59.뮌스터대)교수는 대학졸업 후 1968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박정삼(59)국정원 제2차장은 70년부터 기자생활을 하다 80년 기자협회 사건으로 해직됐다. 하지만 송씨는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감된 상태고 박씨는 송씨를 조사하고 고발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참으로 얄궂지 않은가? 이미 환갑을 넘겼거나 60줄에 들어선 중늙은이들이 이런 딱한 처지에 놓이리라고 이 세상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사람들이 상상으로나마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것이 이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분단된 조국' 남녘의 현실이다." 이에 윤씨는 "몸서리쳐지는 현실을 두 눈 부릅뜨고 똑바로 보자. 그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분단 현실'을 대물림하지 말자"고 썼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