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 증파 지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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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3일 국정연설을 마친 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손을 잡고 말을 건네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3일 "이라크의 안전이 확보되기 전에 미군이 발을 뺀다면 이라크 정부는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무너질 것"이라며 이라크에 미군 2만1500명을 증파하는 걸 골자로 한 자신의 새 이라크 전략을 의회가 지지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상하 양원 의원들이 의회에 모인 가운데 행한 국정연설(the State of the Union address)에서 "의회가 (공화당에서 민주당 지배로) 바뀌었지만 우리의 책임은 바뀌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처음으로 국정연설을 한 부시 대통령은 "의원 여러분이 (이라크전에 대해) 어떤 표를 던졌든 실패를 위해 투표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나는 새 전략이 작동할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서로 협력하자"며 의회 내 양당 지도자들로 구성된 대(對)테러 전쟁 특별자문위원회 구성을 제의했다. 또 "2012년까지 육군과 해병대 병력 9만2000명을 늘릴 수 있도록 의회가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민 문제와 관련, "이민자를 환영하고 동화시키는 용광로의 위대한 전통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불법 체류자의 신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그는 에탄올 등 대체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석유 소비량을 20% 줄이고, 건강보험에 대한 세제 혜택 등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연설 서두에 "국정연설을 '마담 스피커'라는 말로 시작하는 첫 대통령이 된 것은 영광"이라며 여성으론 처음으로 하원 지도자가 된 낸시 펠로시 의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 직후 민주당 소속 짐 웹 상원의원은 TV연설을 통해 반론권을 행사했다. 그는 "대통령은 무모하게 우리를 전쟁으로 몰고갔으며, 우리는 지금 혼란의 볼모로 잡혀 있다"며 미군 증파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웹은 지난해 말 백악관에서 열린 상.하원 초선 의원 리셉션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참전 중인) 아들은 어떻게 지내는가"라고 묻자 "그건 나와 아들의 문제"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던 인물이다.

민주당은 24일 상원 외교위에서 미군 증파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략 실행에 제동을 걸 방침이어서 미국 사회의 분열상(state of disunion)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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