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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오염 멍드는 광역표밭/이규진 선거특별취재반(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번 광역의회선거가 사상 최대의 타락선거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한편으론 정당개입으로 인해 대권고지를 향한 양김 탐색전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부산·경남 일부와 대전·충남 일부지역에서는 민자당 계파싸움의 대리전양상을 보여 3당합당 이후 자중지난의 여파를 새삼 느끼게 했다.
현역 국회의원과 14대 총선을 노리는 정치후보군이 이번 광역의회선거를 자신들의 조직활성화와 세력확대의 좋은 기회로 보고 직·간접으로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는 예상은 벌써부터 있어왔지만 집권여당의 계파싸움이 광역의회선거에까지 투영돼 30년만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민자당내 공화계·민정계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는 대전지역의 경우 23개 선거구중 민자당 공천탈락자 11명을 포함,친여무소속 30명 등 무소속후보가 모두 50명이나 출마해 대전지역 경쟁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친여무소속 후보중 일부는 공공연히 민정계 전 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고 후보자신도 자신들이 당내 계파간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전지역 유권자들은 친여무소속의 민정계·공화계,그리고 순수무소속 등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공천탈락 후보들은 실제로 곳곳에서 민자당공천 후보들과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충남 천안·공주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어 15일 금품수수로 천안 제1선거구 윤용일 무소속후보가 구속된 사건도 당내 계파싸움의 부산물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경남 일부지역 역시 민정계와 민주계사이에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이어 이같은 계파간 갈등은 광역의회선거가 끝난후 자칫 민자당내 계파싸움을 재연시킬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당관계자들의 우려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당내 싸움이라는 관점에서 보다 지방자치가 혼탁한 중앙정치의 영향을 받아 주민자치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오염돼 고사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방의회선거는 기초건 광역이건 처음부터 정당개입을 허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계파간의 갈등에 시달려온 한 민자당 관계자의 뒤늦은 후회는 곱씹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말로 들렸다.<대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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