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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아이팟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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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도대체 그 나라의 물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에서의 한 끼 식사 값 중 어디가 더 비싼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럴 때 유용한 잣대가 빅맥지수(Big Mac Index)다. 빅맥지수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986년 9월부터 분기별로 발표해온 각국의 통화가치와 물가수준을 재는 척도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널드에서 팔리는 빅맥 햄버거의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해 만들었다. 예컨대 지난해 말 현재 미국에서 3.10달러에 팔린 빅맥 값은 일본에선 2.0613달러, 한국에선 2.5938달러였다. 여기서 미국의 물가가 가장 비싸고 그 다음이 한국, 일본의 순으로 물가가 비싸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빅맥 값이 각국의 물가수준을 재는 잣대로 쓰이는 이유는 상품의 질이 표준화돼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빅맥의 무게와 내용물이 똑같기에 값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학에선 이를 구매력 평가지수(PPP.Purchasing Power Parity)가로 부른다. 빅맥지수는 이코노미스트의 주장대로 "일반인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환율 이론"인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햄버거를 얼마나 먹는지는 나라마다 다르다. 즉 체코나 러시아에서 햄버거는 미국에서처럼 아무 때나 먹는 음식이 아니라 특별히 사먹는 음식이다. 당연히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특별한 음식으로 팔리는 빅맥 값은 어느 정도 과대평가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맥지수가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맥도널드의 힘이다. 이런 점에서 유럽연합(EU)에서 공통 통화로 유로가 통용되기 이전까지 유럽 기술학생위원회(BEST)가 빅맥지수를 공통 통화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빅맥의 위력을 보여 준다.

최근 호주의 커먼웰스은행이 빅맥지수를 대신해 애플사가 출시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 가격을 비교한 콤섹 아이팟지수(CommSec iPod Index)를 발표했다. 2GB 용량의 아이팟 나노 모델이 전 세계 26개국에서 팔리는 가격을 달러화로 환산한 지수다. 올 1월 기준으로 미국에선 149달러, 일본에선 147.6달러, 한국에선 176.1달러였다. 한때 세계 MP3 시장을 석권했던 한국의 아이리버나 옙이 당시의 위력을 발휘해 아이리버지수나 옙지수가 나왔으면 '상대적 가격' 때문에 기분이 좀 나아졌으려나.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