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폭발/한반도엔 가능성 희박/일·비·인 잇단분출… 우린 괜찮은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근 천지부근서 열수솟아/한라산·울릉도·철원등도 “휴면지대”/「불의 고리」에서 멀지만 안심은 못해
이달들어 일본·필리핀·인도에서 잇따라 화산이 폭발해 인근 아시아인들을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이 환태평양 지판과 유라시아지판 경계에 인접해 있으며 동남아∼일본∼알래스카∼안데스 산맥으로 이어지는 환태평양화산대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의 경우 지난 6백여년동안 활동을 중지해 「휴화산」으로 분류됐던 곳이며 다른 지역도 수백년동안 휴면상태에 있던 곳이라 더욱 충격을 주고있다.
이로 인해 환태평양화산대에 인접한 아시아 각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 지역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전문가들은 이들지역의 화산폭발이 우연히 같은 시기에 일어났을뿐,어떤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과 인접한 우리나라는 환태평양화산대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리적 요건으로 안전하다는 판명이 났으나 피나투보화산의 경우처럼 휴면상태의 화산이라도 불시에 폭발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0일 동안 일어난 화산폭발을 보면 지난 3일 일본 운젠(운선)화산(해발 1천3백54m)이 2백년만에 폭발한데 이어 9일에는 필리핀 피나투보화산(1천7백45m)이 6백여년만에 잠을 깨고,11일에는 인도 캉그라 인근의 휴화산이 폭우속에서 화산재를 뿜어냈으며 재폭발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화산활동은 지구의 가장 바깥껍질인 지판(Plate)이 10여개의조각으로 구성돼 용융상태의 맨틀(지구내부의 각층 가운데 지각아래 30∼2천9백㎞의 층) 위를 떠다닌다는 「판구조론」과 맨틀상부의 고온·고압으로 용융된 용암이 지판의 경계에서 터져 나오는 힘에 의해 지판이 양쪽으로 밀려 지판의 해양부분이 확장한다는 「해저확장설」로 설명된다.
즉,이번 화산폭발은 연평균 2∼6㎝ 속도로 밀리는 환태평양지판에의해 중간에 끼여 있던 필리핀지판이 유라시아지판과 강하게 접촉,세계에서 가장 지진·화산활동이 심한 환태평양지대에서도 손꼽히는 이지역을 강타해 일어난 것이다. 환태평양 화산대는 그래서 「불의 고리」로 불린다.
서울대 조문섭 교수(지질과학과)는 『그러므로 지판의 경계와 수백㎞ 떨어진 우리나라는 안전지대』라고 밝히면서도 『화산이란 예측은 물론 폭발원인 규명도 어려운 실정인데다 세계적인 화산폭발 가운데는 안전하다고 본 휴화산 폭발이 많았고 그 피해가 컸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화산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외에 활동하지 않는 휴화산·사화산이 있다. 전문가들은 화산의 수명이 수만년 이상이며 다른 객관적인 예측방법이 없기 때문에 휴화산도 위험성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말했다.
특히 화산폭발예측은 과거 활동기록을 기준으로한 「주기설」로 하거나 주기적인 미진,화산의 온도·가스 등을 측정해 하지만 적중률도 낮을뿐더러 폭발수일전에야 알 수 있어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화산폭발의 재해에는 용암류,화산쇄설물(폭발로 인한 암석파편),가스,화산재나 분진 등이 있으나 이중 화산쇄설물과 폭발로 인한 해일피해보다는 화산재나 분진이 성층권까지 상승해 지구를 둘러싼뒤 태양광선을 막아 이상한파등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2차피해를 전문가들은 더욱 심각하게 본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백두산,한라산,울릉도,철원·평강지구대 등이 화산지대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화산지대들이 화산과 지진활동이 심한 환태평양화산대와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나 화산의 흔적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특히 백두산의 경우 1만년전 폭발을 일으킨뒤 휴면상태로 있던 것이 최근 천지부근에 열수작용으로 뜨거운 물등이 솟아오르고 있다는 보도로 보아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일본은 운젠화산의 폭발을 겪은데 이어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부사산)의 폭발가능성도 성급하게 예측되고 있다. 이는 주변수면의 비정상적인 파동·가스분출 등의 조짐을 들어 예측하는 것이나 점성술에서 쓰는 몇년 주기설만 전문가들의 입에 오르내릴뿐 확실한 판단은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이원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