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가족 많으면 느긋하게 기다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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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새해 벽두에 1 · 11 대책 등이 발표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예년에 비해 커졌다. 이런 불확실성 시대에 부동산 재테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을 얻기 위해 이코노미스트가 청약통장, 수익형 부동산, 재건축 · 재개발 등 올해 투자 유망 3대 상품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이와 함께 알찬 정보가 담긴 부동산 투자 필독서도 소개한다.


당장 집을 장만해야 하나, 아니면 기다렸다 싼 값에 공급될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나을까?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올 들어 아파트 청약시장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9월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고, 환매조건부·토지임대부 등 이른바 ‘반값 아파트’도 시범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새해에 청약통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재테크 성적표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 통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유망 분양 물량을 잡자니 분양가가 너무 비싸 보이고, 값싼 신도시 등 공공택지 아파트나 민간택지 아파트 청약을 기다리자니 당첨된다는 보장이 없어 걱정이다.

현행 추첨식 주택 청약제도가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가구주 나이 등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청약 가점제’로 오는 9월 바뀌는 만큼 이에 맞춘 꼼꼼한 내집 마련 및 청약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청약 가점제 점수가 높은 무주택자는 느긋하게 기다리되, 가점제나 신도시 등 유망 단지의 분양가 인하 혜택을 볼 수 없는 중대형 수요자 및 유주택자는 청약을 미룰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무주택 기간 길고, 부양 가족 많다면=내집 마련 지름길은 청약통장을 활용해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다. 특히 무주택자들은 아파트 당첨 확률이 높아진 만큼 청약시장을 적극 노려볼 만하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비싼 기존 주택을 사는 것보다는 청약시장을 노크하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우선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 가족이 많은 청약부금 통장과 청약예금(서울 기준 300만원) 가입자는 집값 마련에 대한 강박감에서 벗어나 2, 3기 신도시 등 원하는 지역에서 분양가가 싼 물량이 나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이 낫다.

당초 정부는 ‘추첨식’인 주택청약 제도를 2008년부터 공공택지 중소형 평형, 2010년부터 민간택지 중소형 평형에 대해 나이·무주택 기간·자녀 수 등에 따라 당첨우선권을 주는 청약가점제로 바꿀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와 ‘반값 아파트’ 시범실시에 맞춰 가점제도를 조금 더 앞당겨 실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올해 시범적으로 도입될 반값 아파트도 무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공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무주택 기간이 길고, 자녀 수가 많은 청약통장 소지자는 여유 있게 기다렸다가 유망 지역에 선보이는 단지에 청약하는 게 좋다.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 가족이 적은 사람보다 가산점을 받아 당첨 확률이 높기 때문에 무리해 청약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000만원 이하에 책정될 전망이어서 당첨되면 적지 않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곳은 계약 후 5∼10년간 팔 수 없기 때문에 자금이 장기간 묶인다는 점을 감안하는 게 좋다.

청약저축 가입자는 어디에=전용면적 25.7평 이하 공공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청약저축 가입자들도 한층 여유가 생겼다. 앞으로 신도시와 택지지구의 전용면적 25.7평 이하 공공주택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공분양 아파트는 주택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는 단지다. 특히 청약저축액이 많은 청약저축 가입자는 당첨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신한은행 김은정 재테크팀장은 “청약저축 가입기간이 길어 당첨 확률이 높은 사람은 서두를 필요 없이 인기 지역을 선별적으로 청약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청약저축 가입자가 올해 노려볼 만한 유망 단지로는 서울 은평뉴타운·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수원 광교신도시 등을 꼽을 수 있다. 청약저축 가입자는 이들 지역에서 선보이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에 청약할 수 있다.

청약 가점제 점수 낮다면=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신도시 등 공공택지는 물론 민간아파트 분양가도 낮아지겠지만, 청약 경쟁률은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청약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지 않는 수요자의 경우 향후 신도시 등에 당첨될 확률이 높지 않은 만큼 일단 유망 단지 위주로 청약할 것을 권한다.

건설업체들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올 상반기에 아파트를 대거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올 상반기 분양되는 입지가 좋은 지역의 아파트는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작정 청약을 미뤘다가 뒤늦게 청약 전선에 뛰어들 경우 치열한 경쟁에 밀려 영원히 유망 단지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20~30대 신혼부부나 사회초년병 등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 가족이 적은 이들은 갈수록 당첨 기회가 줄어드는 만큼 가점제 시행 이전에 서둘러 공공택지나 뉴타운 등 경쟁력 있는 단지에 통장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넓은 평형으로 갈아타기 위해 통장을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도 청약 가점제 시행 전 청약을 서두르는 게 좋다. 신도시의 가격인하를 기대하고 청약을 미루면 더욱 분양받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올해 초 분양시장은 서둘러 ‘갈아타기’ 할 수요자들이 시장에 일시적으로 몰리는 상황도 예상된다.

즉 청약제도 변화 이전에는 가수요가 시장 중심을 이룬다면 제도 개편 이후에는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수도권에서 5000만~1억원 미만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유주택자는 분양을 미뤄도 좋을 것 같다. 이들을 무주택자로 간주,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청약통장 없다면=청약통장이 없는 무주택자라면 당첨 확률이 낮은 청약 예·부금에 가입하기보다 서둘러 청약저축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특히 젊은 사람은 청약저축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청약저축으로 청약할 수 있는 중·소형 아파트는 무주택 기간이 길고 납입금액이 많은 순서로 당첨자를 뽑으므로 나이가 어리거나 부양 가족이 적은 사람도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신도시에서는 공공주택이 대거 분양 또는 임대되기 때문에 저축통장의 쓰임새가 커진다. 다만 인기가 좋은 송파·광교신도시의 경우 통장 가입 기간이 10년을 넘지 않는다면 당첨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주택자나 청약예금 가입자는 인기도가 떨어지는 중·소형보다 중·대형 평형을 노리는 것이 낫다. 중·대형은 공공택지라도 중·소형 청약과 달리 청약 가점제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점제 시행으로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예상되는 유주택자들이 적극 노려볼 만하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전용 25.7평 이하 중·소형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 가입자라면 전용 25.7평 초과 중·대형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중·대형 아파트 수요자이면서 청약예금 통장이 없는 실수요자들은 가급적 빨리 청약예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신도시 분양 일정이 앞당겨지는 상황에서 2년을 가입해야 1순위 자격을 얻기 때문에 하루빨리 통장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약부금이나 청약예금 300만원(서울 기준) 가입자 중 송파·광교·파주 신도시와 같은 알짜 유망 단지에 입주하려면 지금이라도 예치금을 높여 놓는 게 좋다. 지금 예치금을 높여놓아야 1년 지난 뒤 1순위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인기 신도시 분양이 본격화하는 2008년 이후 청약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기존 집 살까, 말까?=지금 당장 집을 사야 할지, 정부 대책에 맞춰 매수 시기를 늦춰야 할지 고민하는 수요자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선 주택구입 시기 및 자금조달 계획 등을 재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단기 급등한 집값에 휘둘려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신규분양 아파트 공급일정을 챙기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내집 마련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고 소득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대상이 확대되면서 자금이 충분한 사람만 주택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대충 은행 빚으로 집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신도시 아파트가 분양되기 전에 좋은 집 장만 기회가 생긴다면 일부러 미룰 필요는 없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대표는 “신도시 아파트가 공급되더라도 집값 상승세가 일시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만큼 시세보다 싼 값에 나오는 기존 아파트 급매물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자나 소형 주택 보유자 중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수요자라면 서두르지 말고 청약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무리하게 대출받아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값에 쏟아질 신도시 아파트를 노리는 편이 투자가치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조철현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cho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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