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폭행 사과했다 번복/최형규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패륜·분노·허탈…」 외대생들의 정원식 총리서리에 대한 폭행소식을 들은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각 언론사로,대학으로,총리실로 불튀기듯 걸려오는 항의전화 내용은 차치하고 상당수의 대학생조차 이번 사건의 「부도덕성」「무모성」「경솔함」을 솔직히 시인하고 있는 점은 우리대학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공감대에 대한 반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폭행당사자인 외대 총학생회의 공식입장을 둘러싼 행태를 보면 우선 「철없다」는 생각을 떨처버릴 수 없다.
4일 오후 3시20분 학생회측은 사건발생후 20여시간의 침묵을 깨고 기자회견을 자청,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수천명의 선생님들을 교단에서 내쫓고 그것도 모자라 그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강변하며 전교조탄압과 와해공작을 소신있게 공언하며… 우리는 민주화의지와 열망을 묵살한 6공화국 노정권에 대한 규탄으로 항의하기 위한 의도였지 계획적 폭력이나 린치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발표문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그러나 2시간쯤 후인 오후 5시30분 외대 학생처장 손주영교수로부터 『총리폭행 이전에 사제의 도를 저버릴 패륜적 행동에 사과하라』는 설득(?)을 받고 학생회측은 다시 기자들을 찾아와 공식입장을 번복했다.
『우리들의 실수였습니다. 스승에 대한 도를 망각하고 폭행사태로까지 간 것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죄합니다.』
학생들은 이와 함께 단과대학생 대표 서클연합회 대표 등으로 구성된 「정총리서리 폭행 학생사죄단」까지 구성,이날 밤 삼청동 총리공관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은 2시간여만인 오후 7시30분쯤 다시 「없었던 일」로 해달라는 학생회측의 웃지 못할 해명으로 이어졌다.
『각 과별 총회결과 「우리가 왜 정총리서리에게 사과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고 따라서 이번 사태는 전교조탄압의 장본인에 대한 학우들의 분노에 연유한 당연한 사건이라는 원래의 입장을 견지코자 합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마저 혼선을 빚고 있는 학생들은 이제 무슨 논리와 이유로 국민들에게 폭행의 정당성을 설득할지 묻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