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증권사가 몰려온다|10월께 국내 진출 앞두고 업계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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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오는 10월 미국계 시티코프·메릴린치 사와 영국계 베어링브러더스 자딘플레밍사 등 4개 외국증권사의 국내영업을 앞두고 이들이 어떤 무기와 전략으로 국내시장공략에 나설지가 주목되고 있다.
증시개방의 가장 뚜렷한 조치 중 하나가 될 외국 증권사의 국내영업은 이들이 국내 사에 비해 영업 등 모든 면에서 한 수위라는 점에서 국내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또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우선 외국사들의「명성」이 관심을 끄느데다 89년4월 이후 계속되는 침체장세와 작년10월 소위「깡통계좌」정리로 주식투자에 염증을 느끼고 있어 외국증권사라면 뭔가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로부터 지점영업을 인가 받은 4개사 중 시티코프스크림저비커스는 2백억원의 영업기금으로 자기매매·위탁매매·인수업무 등 증권영업의 3개 분야를 모두 취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광화문 시티은행빌딩 12층에 자리잡고 있는 시티코프는 10월 영업을 위해 요즘 인력을 충원하고 사무실을 확장하기에 바쁘다.
시티코프는 3개 업무 중 우선 기업공개·회사채발행 등 인수업무에 중점을 두면서 자기매매와 국내투자자들의 위탁매매 쪽으로 영역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모 회사 격인 시티은행의 국내지점망을 십분 활용, 고객의 투자자금이체 등을 통해 영업력을 강화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시티코프를 제의한 나머지 3개 증권사는 최소한의 자본금인 1백억원으로 초창기엔 고객들의 주식거래만을 중개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이들의 입장에선 증권거래소 회원가입문제는 해결해야 할 가장 큰 현안이다.
외국증권사가 거래소의 회원이 될 경우 주식거래에서 떨어지는 수수료를 몽땅 챙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국내증권사를 하나 끼고 매매에 나서야 하므로 수수료를 나눠 가져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거래소회원이 되고 안되고에 따라 수수료수입이 크게 차이 나게 되므로 외국증권사들이 거래소회원권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5월 하순 동경에서 열린 한미금융협의에서 우리 정부가 거래소회원권 개방문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 외국증권사에 유리하게 풀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4개사 중 위탁매매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베어링브러더스의 경우 한국고객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것과 함께 해외한국증권을 거래해 온 외국투자자들을 서울증시에 소개할 경우 재미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최대증권사인 메릴린치와 영국사이면서도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자딘플레밍사도 비슷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점영업을 희망하고 있으나 정부로부터인가를 못 얻어 사무소형태로 있는 노무라·다이와 등 일본증권사를 비롯해 그 밖의 외국사들은 국내기업들의 해외증권발행 주선업무에 한층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언젠가는 자신들에게도 영업이 허용될 것으로 보고 각종 정보를 계속 축적 중이어서 내년이후 외국증권사에 의한 국내시장잠식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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