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모델 퇴출은 지나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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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깡마른 모델을 패션쇼 무대에서 퇴출시키려는 세계 패션업계의 결정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탈리아의 유명 모델관리회사인 '글래머'의 마리오 고리 대표는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규제하기 위한 이탈리아 정부와 패션업계의 합의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16일 보도했다. 그는 "체질량지수(BMI) 18 이하 모델의 활동을 금지한 스페인 기준으로는 BMI 16인 나오미 캠벨도 무대에 설 수 없다. 하지만 나오미는 거식증에 걸리지도 않았고 건강하지 않으냐"며 특정 지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공평치 않다고 주장했다.

BMI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다. 이탈리아는 BMI에 따른 규제는 하지 않는 대신 모델들이 의사로부터 음식물 섭취에 문제가 없다는 증명서를 받아 제출하도록 했다. 의사가 판단의 근거로 BMI를 고려할 수는 있다.

이탈리아 패션업체 대표 나탈리 리키엘도 "모델들은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창조자의 예술적 비전을 표현하는 존재"라며 "일반인들은 각자 나름대로 패션을 소화한다"며 마른 모델들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뉴욕 패션업계도 "사람의 나이.인종.골격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BMI만을 건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규제 대신 건강한 아름다움에 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조반나 멜란드리 이탈리아 청소년부 장관은 "마른 것과 아픈 것을 구별하자는 게 정책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스페인 패션업계가 처음으로 말라깽이 모델의 출연을 금지한 뒤 이탈리아 밀라노와 미국 뉴욕의 패션업계도 거식증 등 섭식 장애를 앓는 모델의 활동을 제한하는 데 동참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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