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주춤 "한풀 꺾였다" "일시적 현상"|주택가격 앞으로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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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집값 오름세의 고삐를 과연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해온 주택가격이 최근 안정될 조짐을 보이면서 하락세로의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해온 대도시 아파트값이 이달 들어 일부 하락세까지 나타내고 있어 이 같은 기대를 더욱 부풀게 하고있 다. 이와 관련, 신도시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는 대규모 물량공급에 따라 집값이 본격적인 안정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도 정책당국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업계는 최근의 집값 추이는 비수기의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하고있다. 주택가격동향·변동요인 및 앞으로의 전망 등을 살펴본다.

<가격 동향>
주택은행이 정례적으로 실시해온 주요도시의 아파트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주택가격은 이달 들어 뚜렷한 추세변화를 보이고 있다.
서울지역의 아파트 값은 지난 1∼15일 사이에 평균 0·3%가 하락, 88년 이후 3년만에 첫 하락세로 나타났다.
지방 일부도시에서는 소폭의 오름세도 보였으나 대체로 보합세였고 인천·부천·성남 등 수도권지역은 대부분 하락세로 조사됐다. <표 참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아파트 밀집지대 중에서도 노른자위로 꼽혀온 서울 강남지역에서 약세가 두드러진 점이다.
압구정·개포동 등에서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1천만∼2천만원씩 내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오를 때는 강남부터, 내릴 때는 변두리부터」라는 기존의 통념을 벗어난 것이다.
건설부 등 당국에서는 이를 『강남→서울주변지역→지방으로 하락세가 확산되는 일종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있다.
이 조사는 물론 보름치의 추이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다른 기관의 조사·분석에서도 현상은 비슷해 물가협회·부동산뱅크 등에 의하면 이달 들어 서울지역은 대부분 오름세를 멈추었고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1천만원 안팎씩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짓기만 하면 날개돋친 듯 분양이 됐었으나 올 들어서는 분양이 안돼 분양가를 내리거나 건설업체가 2∼3%의 마진을 주고 대행업체에 분양을 의뢰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긍정적 요인>
당연한 이야기지만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가장 큰 요인으로 『그동안 너무 올랐다』는 점이 꼽히고있다.
주택은행의 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주택가격은 88년 13·2%, 89년 14·6%, 90년 21% 등 3년 연속 두자리 숫자로 뛰었다.
특히 아파트값은 88년 20·1%, 89년 20·2%, 지난해에는 32·2%의 초고속상승률을 기록했다.
각종 민간조사에서는 88년 이후 3년 동안 아파트 값이 2∼3배 이상 뛰었다는 분석이다.
이 여파로 서울 강남의 대형아파트들은 이미 평당 1천만원선을 대부분 넘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증시에서 지난 86∼88년 동안 두드러졌던 버블(거품) 현상에 비유하고있다.
즉 집값이 경제논리를 넘어선 비상식적인 수준에까지 지나치게 올라있기 때문에 상대적인 반작용으로서의 하락세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다 실질적인 변수는 주택물량공급이 급격히 늘고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2백만호 건설계획과 신도시건설 등으로 주택착공물량은 88년 31만 가구에서 89년에는 46만 가구, 지난해에는 75만 가구로 크게 늘었고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50만 가구씩이 예정돼있다.
실제공급시점인 입주기준으로는 88년 26만 가구, 89년 31만 가구, 90년 44만 가구에서 올해는 「단군이래 최대규모」인 61만 가구로 늘게 돼있다.
이는 5공시절의 연평균 22만 가구의 두 배 이상에 해당되는 것으로 88년 이후의 급등세는 5공 때 공급량이 매년 10만 가구 이상씩 부족돼 온 것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이점에서 최근의 공급량은 멸실주택·가구수 증가 등에 따른 신규수요(연평균 40만채)를 넘어선 것으로 국토개발연구원은 현재의 추세대로 공급이 계속되면 2000년에는 주택보급율을 1백%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예측까지 하고있다.
올해 공급분 61만 가구 중에는 특히 절반이상인 36만 가구분이 수도권지역에 예정돼있어 이 지역의 만성적인 주택난해소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개 신도시의 경우 오는 9월부터 95년까지 26만여 가구가 입주케 돼 있는데 최근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지방보다 약세를 보이고있는 것은 신도시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집이란 한 가구가 옮기면 보통 4∼5가구가 연쇄 이동하는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5년 동안 수도권 전체 2백80만가구 중 절반 가까이가 대이동을 하게되는 셈이다.
85∼87년 목동·상계동지역에서 6만∼7만 가구가 일시에 입주하며 나타났던 부동산냉각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와 함께 ▲장기 10년, 단기 3년의 주기를 보여온 부동산경기가 장·단기 모두 침체기에 접어들 시기이고 ▲일본이 올 들어 20여년만에 집값이 10∼20%이상 떨어지는 등 세계 부동산경기가 침체되고있는 것도 집값안정에 심리적 가세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정적 요인>
공급증가에도 불구하고 대기수요가 엄청난 것이 집값 안정에는 가장 큰 부담이다.
현재 민영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청약예금 가입자는 1백2만여명, 국민주택을 분양 받을 수 있는 청약저축가입자는 1백45만여명으로 이들만 해도 2백50만명에 이르고있다.
주택보급률은 85년 69·8%를 고비로 작년 말에는 75%까지 다시 높아졌으나 여전히 절대수가 모자라는 실정이다.
핵가족화 등으로 인구증가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가구수가 늘고있기 때문에 현재의 보급률을 유지하는데만 매년 30만∼40만 가구 정도의 신규주택공급이 필요하다.
또 단칸방에 살고있는 가구수가 전체의 32·5%인 3백11만 가구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해야할 정책적 의무도 남아있다.
이와 함께 증시침체의 장기화 등으로 시중자금이 부동화하면서 투기성 대기자금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뱅크의 최근조사에 의하면 우선 투자 대상으로 부동산(81·7%)이 은행예금(7·2%), 사채(4·7%) 등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꼽혀 부동산이 가장 좋은 재테크의 수단으로 여전히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신도시의 경우 89∼90년 민영아파트 당첨자 중 30·7%가 유주택자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들 중 몇%가 서울 등지의 기존 집을 비우고 옮겨갈지가 수도권주택공급의 실질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다음달의 광역의원선거를 비롯, 총선. 대통령선거 등 잇따른 선거로 인플레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에 따른 환물심리로 부동산시장이 자극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분양가인상 ▲채권입찰제확대 등으로 신규주택의 구입가격이 상승한 것도 기존주택가격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건설경기과열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건설경기진정책은 주택공급확대와는 상충되는 것으로 이들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도 정책적 과제로 남아있다. <민병관 기자>

<전망과 대책>93년부터 내림세 이어질듯
당국은 물론 부동산업계에서도 이제는 과거 2∼3년과 같은 폭등은 없을 것이라는데에는 거의 견해를 일치하고있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업계는 보합세를, 건설당국은 하락세를 점치고있다.
그러나 신도시입주가 피크를 이루게되는 93년부터는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양쪽 모두 지배적이다.
오히려 지역에 따라 미분양사태가 대거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에는 근본적인 전제조건이 있다.
과거와 같은 정책의 실패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88년 이후의 폭등세 속에서도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었던 두 차례의 호기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도세를 대폭 강화시켰던 88년 8월의 8·10조치와 89년4월의 신도시 건설계획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정책이 있은 얼마 뒤의 분양가 자율화 논의, 임대차보호법개정 등은 앞선 정책의 효과에 찬물을 끼얹었었다.
집값에 작용하는 심리적 요인이 간과됐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약보합세를 띠고있는 지금이야말로 주택가격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공급물량을 계속 늘리되 서민용·소형·임대주택 위주의 공급정책과 ▲전매·가수요 등 투기를 막기 위한 세제강화 등 제도적 강치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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