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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패션을 입다

중앙일보

입력

휴대폰의 월권(越權)엔 경계가 없다. 디지털 카메라를 난감하게 하더니 MP3·TV자리까지 넘본지 오래다. 이젠 유명 패션하우스를 탐하고 있다. 바람난 휴대폰, 그 화려한 외출을 따라가 본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디자이너 이상봉과 손 잡고 휴대폰 '샤인 디자이너스 에디션'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파리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그의 의상에 사용된 한글 프린트가 휴대폰 뒷면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LG는 이탈리아의 글로벌 패션브랜드 프라다와도 손을 잡았다. 새롭게 선보이는 '프라다 폰'은 기존 키패드 대신 첨단 터치 인터페이스 방식을 사용한다. 프라다는 외관 디자인만 아니라 패션 현장서 쌓은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메뉴 개발과 사운드 등 세세한 항목까지 아이디어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먼저 발표된 샤인과 달리 유럽시장에 선보인 뒤 내년 한국에 론칭한다.

폰에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입힌 건 삼성이 한발 앞선다. 1995년 뉴욕의 톱 디자이너들과 손 잡고 '패션폰'을 내놓았다. 다이안 본 퍼스텐버그, 벳시 존스, 안나 수이가 특유의 캐릭터를 살려 휴대폰을 디자인했다. 특히 안나 수이 폰은 액세서리를 연상시키는 외형과 웹사이트를 통한 한정판매라는 마케팅이 결합해 수집가들을 애태웠다.

외국 통신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휴대폰 시장의 미(美)의 경연에 뛰어든 베르투는 염가로 승부하려는 타 브랜드를 따돌렸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핸드폰' 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하이 주얼리 브랜드 부쉐론과 손을 잡았다.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등 최상의 보석들로 채워진 이 핸드폰은 두 가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각각 8대와 26대만이 제작됐다. 무려 3억원에 가까운 가격이지만 예약을 통해 대부분 팔렸다는 소문이다.

지난해 휴대폰 시장의 다크 호스였던 모토로라의 레이저 역시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돌체 & 가바나 폰을 선보인 바 있다. 전면 골드 컬러에 DG라는 로고가 달린 이 폰은 돌체 & 가바나 패션 매니어를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기술은 더이상 경쟁의 요소가 되지 못한다.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이미지와 가치를 심으려면 미적인 요소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명품 이미지를 가장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이 패션 브랜드와의 협력이다."

LG관계자의 말처럼 휴대폰과 패션의 '밀월'이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프리미엄 조세경 기자
사진 제공=LG 전자, 삼성 전자, 모토로라, 부쉐론

▶하이브리드(Hybrid)
혼성, 혼합, 혼혈, 잡종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가진 단어. 컴퓨터와 자동차에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다. 최근에는 보다 넓은 의미로 서로 다른 요소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인 시장이나 영역을 일컫는 말로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휘발유와 경유 모두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하이브리드 카'라고 한다. 휴대폰에 MP3나 카메라 등의 기능을 합치거나 패션 디자인의 영역까지 결합되어 휴대폰의 가치를 높이는 것 역시 하이브리드라 한다.

▶부쉐론
현재 세계적인 주얼리 숍이 밀집한 파리의 방돔 광장에 150년 전 처음으로 부티크를 열었다. 잠자리·나비·새·뱀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특징이다. 유럽의 왕실·귀족들이 애용하는 브랜드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시계줄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체인저블 스트랩을 최초로 도입했다.주얼리와 시계뿐 아니라 향수 사업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00년 구찌 그룹에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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