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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소비자 인내를 시험하는 현대차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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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조는 아직은 수출 수요도 있고, 독점적인 내수 시장도 든든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세계시장이나 국내시장에서 소비자의 인내심은 그리 많지 않다. 해외에선 파업 중에 만든 현대차는 사지 않는다는 소문이 공공연하다. 국내에서도 벌써부터 현대차 기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 소비자 단체는 출고 지연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경우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약관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 노조는 소비자가 등을 돌린 후에도 불법파업으로 성과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라. 현대차가 국내시장의 관세장벽을 제거한 후에도 외제 수입차와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불법파업 아니라 무슨 일을 벌여도 상관할 바 아니다. 다만 일하지 않고 받겠다는 성과금과 배부른 노조 간부들의 활동비를 대기 위해 우리나라의 선량한 소비자들이 언제까지나 값비싼 현대차를 사줄 것이라고 기대하진 말기 바란다.

현대차 노조가 지금처럼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2010년 '글로벌 톱5'란 현대차의 꿈은 애초에 물 건너갔다. 문제는 최상위권에 오르지 못하면 현재의 자리에 머물 수 있는 게 아니라 아예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엄혹한 현실이다. 미국 빅3 자동차사의 몰락도 강성노조의 파업과 소비자들의 외면에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