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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변화를 갈구한다(흔들리는 인도: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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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리더십 부재… 정국표류 전망/간디 암살은 전통과의 단절을 상징
라지브 간디의 암살은 그가 독립이후 세대의 뉴 리더였던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 좌절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인도사회의 변화분위기와 그의 죽음을 관련지어보면 「네루일가」에 의한 인도지배 종식이라는 과거와의 단절의미가 오히려 더 크다는 점에서 인도사회의 변화속도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인도는 오락시설이나 광고는 물론 술집도,술도,슈퍼마킷(여기에는 슈퍼마킷에서 유통되는 모든 상품도 포함)도 없어 소비생활내지 소비문화가 거의 없는 전통 힌두국가였다. 그같은 인도가 최근 서서히 달라지는 가운데 과거 전통과의 단절이라는 라지브 간디의 암살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전통의상인 사리를 입어 드러나는 배부위가 주름살이 두꺼울수록 부유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인도여성들의 미학이 바뀌고 있는 것도 그 하나다. 에어로빅과 다이어트도 힌두국가의 심장인 뉴델리에 최근 등장했다.
전용운전수 없는 자가용을 상상할 수 없었던 인도여성들의 자가운전이 늘어나고 있다. 30여년간 단 한번도 모델을 바꾸지 않았던 인도의 국산승용차 시장에 뉴모델이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4년치의 예약이 몰려드는 등 인도 국민들은 새로운 변화와 소비문화를 갈구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지난해 처음으로 「키스 신」이 영화에 등장한 것이다.
그로부터 요즘은 1시간 남짓동안 20분이 넘는 「정사 신」을 담은 영화가 등장,시골영화관에서 미어터지게 관객을 끌고 있다. 최근 인도사회의 변화속도를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뉴델리의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약 2천년전의 그릇이 지금도 그냥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인도 특유의 실정을 감안하면 인도 독립 이후 40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변화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도사회는 종교라기보다 생활방식 자체였던 힌두 일색의 전통사회로부터 보다 서구지향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과도기에 이제 막 진입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카스트와 힌두교는 인도의 평등사회실현에 중요한 장애물』이라는 비판이 일부 대학생 사이에 거론되고 있는 것도 「서구화」추세에 속한다.
그러나 딜립 수르(32·캘커타대대학원)는 독립 이후 지금까지 인도를 통치해온 「네루가」가 인도를 정체상태로 이끌었다고 비판한다. 『네루가에 의한 시대는 끝났다. 나는 그들을 싫어한다. 그들은 절대다수 민중의 먹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했다. 앞으로 국민의회파가 단독으로 집권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이같은 비판은 제1야당으로 급상승하고 있는 바라티야 자나타당(BJP) 당수 VP 싱이 『독립된지 40여년이 지났다. 그러나 인구의 75%(빈곤층을 의미)는 정치구조상의 현주소가 없다』고 국민의회파를 공격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창당초기 8석으로 의회에 진출했던 BJP는 89년 선거에서 86석으로 성장한뒤 이번 총선에서 현 의석의 두배인 1백55석 이상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집권까지의 가능성은 아직 거리가 있다.
네루가를 중심으로 국민의회파가 주도해온 인도정국은 국민의회파를 제외하고는 전국적 조직이나 집권경험을 가진 다른 정당이 없기 때문에 라지브 간디 암살로 정치지도력의 위기를 맞고 있다.
라지브 간디 암살 이후 국민의회파가 그의 미망인 소니아를 후계자로 지명했을 때 BJP는 철부지들의 짓거리로 치부했지만 그나마 소니아만한 「전국적」인물이 없다는데에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후세대인 라지브 간디가 등용한 신진세력에 의해 소외당해왔던 원로파들의 반격이 예상되는 만큼 국민의회파의 리더십 부재는 더욱 심각한 것이며 결국 인도정국의 불안정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의 이슈였던 「정국안정을 통한 경제발전」은 그나마 선두를 달리던 간디의 희생으로 실종될 수 밖에 없어 인도정국은 상당기간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네루 총리가 인도 독립과 함께 정치에서 의회민주주의,외교에서 비동맹중립노선,경제에서 사회주의(지금은 자본주의 요소가 강화된 혼합경제)를 채택한 이래 이제 이같은 노선과 체제는 모두 도전과 시련에 봉착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의 비동맹노선은 동서냉전의 해체와 더불어 유명무실하게 됐고 경제의 급속한 악화와 함께 대 서방 접근정책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미 인도는 바닥난 외환사정과 함께 지금까지 누려왔던 비동맹 맹주국의 영향력도 바닥이 나버린 것이다.
우파세력인 BJP의 급속한 성장은 이같은 사태변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기업인과 중소상인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BJP는 힌두교 원리주의를 내세움으로써 전체 인도국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힌두세력의 요구와 기대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인구 1억에 상당하는 무슬림세력이 이같은 추세에 반감을 가지고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인도 정국의 불안요소를 더하는 것이다.
한편 네루가를 핵으로 하는 국민의회파는 지역적으로 유타르 프라니시주(네루,인디라 간디,국민전선의 비슈와나트 싱 등 거의 모든 인도지도자가 여기출신이다),그리고 힌두교와 중산층 이상을 토대로 해왔다. 이같은 국민의회파의 특징은 인도 중앙정부의 역할을 굴절시킴으로서 결과적으로 펀잡·타림 분리독립운동을 자극하고 인디라 간디,라지브 간디 모자의 암살을 초래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라지브 간디의 암살은 정치적으로 불안정을,사회적으로는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뉴델리=전택원특파원>PN J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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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 소련 그루지야공/민선대통령 선거
TX 【트빌리시 로이터·AP=연합】 소 연방 사상 처음으로 직접투표에 의해 실시된 26일의 그루지야공화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족주의자 즈비아드 감사쿠르디아 현 최고회의의장이 초반 집계 결과 압도적으로 리드,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장 아르틸 치라카드제는 『감사쿠르디아가 총투표의 70∼90%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선거감시단과 소련 TV는 감사쿠르디아를 비롯한 5명의 공화국독립 지지 인사와 1명의 공산주의자가 경선에 나선 이번 선거에서 일부 지역의 민족분규에도 불구하고 투표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는데 민족분규지역인 오세티아와 아브하지아에서는 투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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