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귀족 노조'에 네티즌 성난 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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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였다."

휴일이었던 지난 14일 오전.'현대, 위기를 기회로 삼을 것인가' 라는 한 인터넷 기사에 '속았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성과급 차등지급 문제로 노사가 맞선 현대자동차 얘긴줄 알고 봤다는 것. 이들이 오해하고 본 기사는 자금난을 겪는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얘기였다. 환율 하락과 노사갈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대차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가 이런 식으로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토론방 도배한 '현대차'=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앞둔 지난 주말. 다음 아고라 등 주요 포털 사이트 토론 게시판은 온통 '현대차' 얘기였다. 12일엔'나는 현대차 노조원입니다. 진실은 무엇인가'(ID 정재랑)라는 글이 화제였다. 정재랑은 자신이 연봉 4300만원에 30대 중반인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라고 했다. 노조를 대변한 이 글은 11만회 가까이 조회됐다.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2000개의 댓글과 100여개의 관련글이 붙었다. 이어 '연봉계산 들어갑니다' '현대차 생산직 가족이 노조 여러분께' 등 노조 주장을 반박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도 현대차 다니지만 부끄럽다' 스스로를 현대차 노동자라고 소개하며 노조를 비판한 글도 나왔다. 논리와 감정이 뒤섞인 공방은 좀처럼 그치지 않고 있다. 큰 줄기는 현대차 노조에 대한 비판이다. 노조의 정당성을 말하는 소수의 목소리는 '귀족 노조의 이기심'을 성토하는 여론에 묻혔다.

◇"제발 살려주세요"=하청업체 가족이라는 네티즌들의 글은 노조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현대차는 50% 성과급 안 나왔다고 파업하는데 그러면 이번달 월급 아직 안 나온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나요" 아이디 '천상재회'는 '나는 현대차 하청직원 마누라입니다'라는 글에서 "왜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져야 하나요. 비정규직 위한답시고 데모 하시던데... 결국은 우리들의 눈물과 피가 당신들의 살이 되는거 잖아요. 제발 우리 좀 살려주세요."라고 썼다. 아이디 러브킥은 '우리 아버지는 현대차 하청업체에 근무하십니다'라는 글을 통해 "당신들 파업해서 월급 올릴 때마다 그 돈 어디서 나오는줄 아시나요? 다 하청업체들 직원 월급을 깎아서 올라가는겁니다." "당신들이 파업하고 일 안 하고 목표 달성 못 해놓고 그대로 (성과급)150% 달라는 건 날강도 심보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해도 너무하다"=댓글을 통해 표출되는 민심도 현대차 노조를 등지고 있다. 줄잡아 1만개 이상인 관련 댓글 대다수는 현대차 노조가 원칙과 상식을 벗어났다며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아이디 솔로몬2는 "노조는 왜 자신들이 회사가 아닌 일반 국민들한데 왜 이렇게 지탄을 받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구하는 임금 만큼의 경쟁력을 지녔는지 묻는 댓글도 있었다. 아이디 빗방울은 노조 입장을 대변한 글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삼십대 중반, 조금 있으면 두아이 아빠... 중소기업에서 4000(만원) 받습니다. 일본어번역, 캐드, 웹프로그램, 그래픽 툴, 현장관리, 외주관리,지금도 공부 중이고 한 달 두 권 정도의 책을 읽죠. (이 글을 쓰신)님의 능력은 뭔가요?"

아이디 솔잎파리는 "나도 40대인데 현대3차밴드에 있다. 세금떼고 3800만원 주야 교대. 우리도 똑같아. 우리는 야간 야식 시간 빼고 13시간 일한다. 5대 명절 일요일밖에 안 쉬고 월급은 세금 떼고 150만원 정도다"라며 비정규직의 고충을 전했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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