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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공수예에 남다른 솜씨를 가진 주부 장인숙씨(41·서울 가락동)의 집은 그녀가 만든 알록달록하게 수놓은 공 1백여개가 한 쪽 벽면을 가득 차지하고 있다.
공수예는 솜이나 헝겊을 동그랗게 뭉쳐 공모양을 만든 뒤 그것을 실로 감고 그 위에 꽃·사람얼굴 모양 등을 갖가지 수실로 수놓거나 세모·네모·마름모 등의 기하학적 무늬를 수놓은 것.
본래 중국에서 솜이나 못쓰는 헝겊으로 공을 만들어 어린이 놀이용으로 쓰던 것이 일본으로 건너가 왕실이나 귀족의 여자어린이 실내놀이용으로 사용되면서 수를 놓기 시작해 공수예가 발달했다고 한다.
일본의 귀족집안에서는 딸이 시집 갈 때 둥글둥글 잘 살라는 의미로 친정어머니가 공수예를 만들어 보냈다고 한다.
장씨는 공수예를 80년 국제부인회에서 만난 일본인 부인에게 3년 동안 배운 뒤 지금까지 작품을 만들고 있다.
공수예는 단기간에 쉽게 배울 수도 없고 작업도 간단하지 않다.
먼저 솜을 원하는 크기로 뭉쳐 실로 동그랗게 감는다. 공의지름은 10㎝미만이 일반적인 크기다. 이때 솜은 아크릴솜이나 합성솜을 사용하며 목화솜은 바늘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피하고, 실은 어떤 실이라도 상관없다.
실을 감을 때는 왼손에 솜을 잡고, 손을 계속 돌리면서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야 한다. 실이 빽빽히 감아지면 금실 등으로 공의 둘레를 재어 지구를 경도·위도로 나누듯이 표면을 분할해야 하는데, 자로 정확하게 나눠야 한다.
원하는 디자인에 따라 정확히 분할된 공에 분할선을 따라 원하는 모양을 원하는 색깔의 수실로 수놓는다.
장씨는 이것이 평면 작업이 아닌 입체작업이라 작업이 끝날 때까지 어떤 모양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어 더욱 재미있다고 말한다.
공수예는 집안 장식용 공뿐 아니라 동양매듭을 이용, 목걸이를 만들기도 하고, 작게 해서 귀걸이를 만들 수도 있다.
또 스티로폴공을 이용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을 손쉽게 만들 수도 있다.
스티로폴 공에 반짝이 테이프를 감고 그 위에 스핑클 등으로 수를 놓으면 독특하고 멋진 장식품이 된다.
장씨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딸의 친구들을 모아놓고 스티로폴공 장식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곤 한다.
작품에 따라 1주일에서 2개월까지 걸리는 공수예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완성작을 볼 수 있어 성취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다.
장씨는 이제 곧 입시생 엄마가 되면 공부하는 딸 옆에서 공수예를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 라며 작품제작에 열중했다.<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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