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온 겸비한 「귀큰 교수」출신/정원식 새 총리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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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교조 밀어붙인 뚝심 재상 발탁 계기/발로 뛰는형… 「자기과시증」주위 눈총도
정원식 신임총리는 유연한 소신파다. 그의 중후하고 덕성스러운 풍모뒤에는 자신의 고집을 밀고나가는 강인함이 갖춰져 있고 또 그 강인함을 인내와 대화로 풀어나가는 유연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가 문교장관시절 전교조사건에 대처하고 세종대사건으로 씨름하던때 그의 고집과 인간됨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
그는 교직자는 노조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신념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는 『전교조 노조참여교사가 남달리 자기직분에 충실하고 정의감에 불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형태의 노조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스레 밀고 나갔다.
정장관은 당시 정부와 전교조간에 팽팽한 긴장관계가 계속될 때 『현 사태는 두 기차가 마주보고 달리는 형국이 아니라 교조가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위한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교직엔 노동법이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다수 교사가 원한다면 교원노조를 인정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 『법을 어기고서도 힘으로 밀어 붙이면 통한다는 발상이 교육현장을 지켜보는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전국의 교사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사태해결을 『교육적 차원에서 해야한다』며 『만일 공안당국에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처리를 일임했다면 교육의 포기』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는 전교조 파동때 당시 전교조 사무처장직을 맡고 있던 이수호씨(현 범국민대책회의 집행위원장)와 직접 만나 담판을 벌이기도 했으며 김영삼·김대중 당시 야당지도자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자기가 믿고 있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서였다.
총장선출문제로 극심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던 세종대사태때 그의 뚝심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장관대책회의에서 다른 장관들이나 치안담당자들은 재학생 전원유급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가 대세였다. 그러나 그는 출석을 했던 선의의 학생은 구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회의는 오전 2시까지 가고 결국 부분유급으로 결판이 났다. 그는 스스로 교육자의 양심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문교장관으로 재임중인 작년 7월 부산대에서 학생들에 의해 4시간동안 감금당하는 수난을 겪었고 세종대에서는 주위의 만류를 물리치고 학교를 직접 방문했다가 타고있던 자동차가 학생들에 의해 파손당해 쫓기듯 나온적도 있다.
학자출신이면서도 발로 현장을 뛰는 적극성이 그의 소신을 밀고가는 힘이 되고 있다.
이때문에 인생을 「여유」(심적으로)있게 사는 그는 강경파로 낙인 찍히기도 했으나 이같은 소신과 추진력이 오늘의 재상자리를 예약하는 계기가 됐다.
큰 결정을 내리기전 다른 사람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 「귀큰 교수」로 알려진 정총리는 문교장관이 되기까지는 평생 교직에 몸담아온 교육자다.
61년부터 88년12월 문교장관으로 입각하기까지 27년간 서울대 사대에서 전공인 상담심리론등 교육학을 강의해왔다.
『환경교육론』『인간과 교육』『머리를 써서 살아라』등의 저서를 펴내는등 국내에서 교육학자로 손꼽힌다.
문교장관을 그만둔 뒤는 몇몇대학에서 총장자리를 제안했으나 고사했다.
교수의 본분은 행정보다는 강의에 있다는 것이 총장직 고사의 이유였다.
그는 문화·외교등에도 일가견이 있다. 특히 음악에 조예가 있어 클래식과 대중가요를 가리지 않고 즐기고 노래를 썩 잘 부른다. 팝송 「선라이스 선셋」이 18번. 그는 유명한 시구를 줄줄 외워 주위를 놀라게하기도 하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는 「자기과시증」이라고 핀잔을 듣기도 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장로이기도 하다.
서울 화곡동에서 20여년간 살고 있는 터줏대감. 동네 바둑대회나 체육대회도 열곤 하는 동네할아버지다.
이 때문에 설날만 되면 동네 어린이들의 세배가 잇따라 세뱃돈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
서울태생인 부인 임학영여사(61)와의 사이에 둔 네 딸은 모두 출가했고 86세의 모친과 남동생 3·여동생 2명은 모두 미국에 거주,지금은 부부만 살고 있다.
▷약력◁
▲28년 황해 재령출생 ▲서울사대 교육과졸(54년) ▲미 조지피바디대 철학박사(66년) ▲중앙교육연구소연구원(55∼60년) ▲문교부장학관(60년) ▲서울사대조교수·부교수·교수 ▲서울사대학장 ▲문교장관(88년 12월∼90년 12월)<박병석·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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