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공 대통령 누가 될까/옐친­리슈코프의 「한판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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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혁파­보수파 대결로 압축/이변 없으면 옐친 낙승 예상
오는 6월12일 실시될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소련 전역이 서서히 선거열기에 달아오르고 있다.
소련 역사상 최초로 유권자들의 직접투표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이번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선거에는 22일 현재까지 총 6명이 후보등록을 마쳤다.
이들 등록완료 후보들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 ▲니콜라이 리슈코프 전 소연방 총리 ▲바딤 바카틴 전 내무장관 ▲보수파군부 지도자 알베르토 마카쇼프 장군 ▲러시아보수당의 레프 우보쉬코 ▲자유민주당의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등이다.
그러나 이들중 군소정당 후보인 우보쉬코와 지리노프스키는 러시아공화국 인민대의원대회 내에서의 지지도나 일반에 대한 지명도 등을 놓고 볼때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군부내 강경보수파 지도자인 알베르토 마카쇼프 장군과 당내 개혁파인 전 내무장관 바딤 바카틴도 엘친이나 리슈코프의 적수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단지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민족분규지역에 대한 무력탄압을 반대했다가 보수강경파의 압력에 밀려 사임했던 바카틴이 그의 개혁적 이미지를 활용해 얼마나 선전하느냐가 옐친과 리슈코프의 대결에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고르바초프등 개혁파가 동구의 자유화를 허용,이념적으로 자본주의 서방세력에 항복했다고 비난한 마카쇼프의 향방도 보수파의 단합된 표를 흔들어놓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소련 현지 언론의 분석과 현재까지의 선거전을 놓고볼때 결국 이번 선거는 옐친으로 상징되는 개혁파와 리슈코프로 상징되는 보수파의 한판승부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의외의 변수만 없다면 낙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옐친은 「민주러시아」를 중심으로 러시아민중에 직접 호소하는 작전과 보수파 진영의 개혁적 인사들을 영입하는 작전을 쓰고 있다.
민주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옐친지지 서명작업과 18일 러닝메이트로 언론에 발표된 공산당내 개혁파 인사인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등의 영입이 좋은 예다.
루츠코이는 러시아공산당내 개혁그룹인 「민주주의를 위한 공산당원」파의 지도자로 공군대령 출신이며 지난달 보수강경파에 의한 옐친축출기도시 이를 좌절시킨 인물이다.
따라서 루츠코이의 옐친캠프 가담은 러시아공산당내 개혁파 인사들을 동요시킬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옐친이 만만한 상대로 여겼던 리슈코프측도 선거전이 가열될수록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슈코프는 지난 13일 러시아 공산당의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후 불과 5일만에 1백90만명의 지지서명을 받아내 저력을 과시했으며 지난 18일엔 소련군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보리스 그로모프 전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사령관(현 내무차관)을 러닝메이트로 지명,군부의 지지를 확보했다.
리슈코프는 또 옐친을 『믿을 수 없는 정치인』이라고 매도하는 한편 『옐친과 그의 팀들이 러시아공화국을 파멸로 이끌고 있고 인민의 생활이 점점 더 피폐되고 있다』며 옐친의 실정부각에 열심이다.
여기에다 파블로프 총리를 비롯한 현 연방정부의 집권층,공산당,보수관료,군산복합체의 관리인 등 기득권층의 묵시적인 지지도 리슈코프가 갖고 있는 이점이다.
또 옐친의 강력한 지지자로 있다가 그의 실정을 공격한후 바카틴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리바잔 압둘라티포프 전 러시아공화국 민족회의 의장의 태도도 옐친의 표를 어느 정도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러시아공화국등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옐친이 모스크바등 대도시지역에서 50∼60%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반면 리슈코프는 스몰렌스크등 몇몇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옐친이 현재 확보하고 있는 인기를 투표일까지 유지만한다면 쉽게 낙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파나셰프등 일부 개혁파 인사들은 리슈코프가 스몰렌스크등 농공지대에서 비교적 인기가 높고 보수파의 총체적 지원이 예상돼 의외로 「접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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