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풍향계] 개미 울리는 '유령 대주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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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의 대주주는 통상 경영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 코스닥시장에 '유령 대주주'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대개 공시 없이 지분을 처분해 버린 경우로 소액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소액 투자자 울린다= 방송·음향기기 제조업체인 M사의 전 대표이사 P씨는 작년 6월 분기보고서상 이 회사 주식 10% 가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M사가 작년 11월 주주총회를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한 결과 P씨 보유주식은 없었다. 6월과 10월 중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추측되지만, P씨는 이를 회사측에 알리지 않았을 뿐 더러 공시 조차 하지 않았다.

소화·분사기 제조업체인 E사의 전직 임원 Y씨가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Y씨는 작년 6월 이 회사 주식 20% 가량을 매입, 대표이사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한달여만에 해임됐고, 회사측이 12월 임시 주총을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한 결과 Y씨의 지분율은 3.5%에 불과했다. 그 사이 지분 변동 사실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현행 증권거래법상 본인과 특별 관계자의 소유분을 합해 공개기업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경우 5일 안에 감독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이후 보유주식이 1% 이상 변동할 때마다 5일내 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이른바 '5% 룰' 이다. P씨와 Y씨는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셈이다.

◇주식담보대출 후유증= '유령 대주주'들의 이같은 행태는 사채시장의 주식담보대출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담보대출은 대주주가 사업자금 융통을 위해 보유주식을 담보로 맡맞거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물량을 통해 이뤄진다.

명동 사채시장에서 관련 대출의 이자율은 월 2.5~3% 정도. 수수료 3%는 따로 지불해야 한다. 담보가치도 현 주가의 절반 수주만 인정된다.

예를 들어 주식담보로 1억원을 빌리려면 1억원이 아닌 2억원어치 주식을 담보로 맞겨야 한다. 여기에 선수수료 300만원을 떼고 월 250만~300만원의 이자는 따로 물어야 한다. 대여 기간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1~2개월이다.

제 때 상환하지 못하면 사채업자가 반대 매매에 나서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계약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주가가 대출 당시의 70% 이하로 떨어지면 사채업자들은 주식을 내다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대출이 자금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 기업을 상대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급한 마음에 사채를 빌려썼다 사채업자들의 거센 상환요구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한 뒤 종적을 감추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한 사채업자는 "사채업자가 반대매매를 한 뒤 지분변동신고를 할 리 만무하다"며 "주식담보 대출은 그만큼 사전 인지가 어려워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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