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맨 스님차림이 어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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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매우 죄송스런 말씀이나 북한 스님들은 넥타이를 맨 양복 위에 승복을 입은 가사차림이었습니다. 물론 머리는 깎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국제의회연맹(IPU) 한국대표단 일행으로 8박9일 동안 북한을 돌아보고 온 김용채 국회 건설위원장(민자·노원 을)은 북한 스님들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밝혔다.
독실한 불자인 김 의원은 20일 저녁 서울 노원구 녹야원에서 불탄일전야법회에 참석, 5백여 신도가 참가한 가운데「내가 본 북한 불교」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평양에 도착, 주암산 초대소에 투숙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대성산에 있는 광법사를 참배했습니다.
조선중엽에 재건한 역사 깊은 사찰로 6·25때 소실됐다가 작년에 복원, 동재·서재·요사·사천왕문·일주문이 세워져 있더군요.
김 의원은 이 광법사에서 채문식·조순승 의원 등과 함께 예불을 시작하니 북한 스님들이 마지못해 따라하는 시늉을 하더라고 말했다.
김 의원 일행이 천수경·반야바라밀다심경을 독경할 때 북한 스님들의 예불절차가 어딘지 모르게 서투름을 느꼈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이 동토의 땅에 절이 있고 행색은 어색하나 스님이 있으며 해방후 처음으로 이곳에 온 남측정치인이 예불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김 의원은 그곳 스님들에게『북한에 사찰은 얼마나 있으며 신도는 몇명쯤 되느냐』고 물었더니 스님들은『묘향산에 고현사가 있고 금강산에도 있다』며『신도도 무척 많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예불을 드리는 동안 단 한사람의 신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금강산 등정 때 금강 4대 사찰의 하나인 신계사 옛터 비석주춧돌 외에는 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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