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군위안부 결의안 막기 얼마나 급했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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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하원에서 처리되지 않은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이르면 이달 중 다시 상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결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하원의장과 주일 미국대사를 지낸 민주당의 거물 토머스 폴리(77.사진)를 로비스트로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는 하원의원으로 30년간(15선) 활동했으며,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냈다.

미 하원의 한 관계자는 11일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자 올해 하원에서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담당 로비스트를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지낸 로버트 미첼에서 민주당 출신인 폴리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폴리는 하원의장을 하기 전 민주당 원내총무.원내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쳐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이 아직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폴리는 1989년 하원의장으로 선출됐으나 94년 11월 선거에서 낙선했다. 하원의장이 선거에서 떨어진 건 186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97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그를 주일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그는 2001년까지 일본에 있으면서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두터운 교분을 쌓았다고 한다. 현재는 워싱턴의 로비회사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일 정부는 그의 로비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엔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길 이 결의안을 다룰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본회의 처리 여부의 열쇠를 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결의안 채택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외교위 관계자는 "민주당 마이크 혼다(캘리포니아) 의원이 이르면 이달 중 외교위에 결의안을 낼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공화당 소속 데니스 해스터트 전 의장은 외교위를 통과한 결의안의 본회의 처리를 지연했지만 펠로시 의장은 그렇게 하지 않고 곧바로 확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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