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너무나 폭력적인 故人모독 악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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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이승 사람도 아닌, 이제는 불귀의 객이 된 고인에 대한 모독 댓글이라니.

지난 11일 밤 11시33분 한 네티즌이 스타뉴스에 메일을 한 통 보냈다. '싸이월드 김형은씨 홈페이지 욕 심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꼭 기사화해주세요. 그리고 싸이월드의 무책임함도 부탁드려요. 40회가 넘는 신고에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네요"라고 분개했다. 그리고 그 거의 망나니 수준의 악플도 캡처해 JPG 파일로 첨부했다.

기자가 곧바로 확인한 첨부 JPG파일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이 칼럼에 옮기기조차 힘들 정도로 험악하고 상스럽고 비인간적인, 그냥 '철없는' 초딩 악플이라고 말하기에도 힘든, 그런 글들이 꽤 있었다. 자신의 미니홈피 방문자수를 늘리기 위한 얄팍한 머리굴리기도 보였다. '제 홈피에 2003년 신인 공채 개그맨 김형은 사진 동영상 게시판 많이 찾아주세요'..

그나마 이미 100만명을 넘어선 방문자들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안타까워하며 명복을 비는 글을 훨씬 많이 남긴 것이 조금의 위안이 됐다. 그렇다. 세상은 역시 아직은 건강하고 상식이 통한다.

하지만 과연 누구이고 무엇인가. 다른 사람도 아닌 고인의 홈피에 이런 글을 올린 사람은 누구이고 과연 무엇이 이런 세태를 만들었나. 흔히 말하는 '익명성'을 이용한 악마적 근성의 표출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저 철없고 나이어린 네티즌들의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게 읽는 사람이야 마음 편하다. 그러나 이 몹쓸 글을 볼 유족의 상심은 누가 위로하나? 무엇보다 스물여섯 꽃다운 나이에 저 세상으로 간 고인은?

지난해 10월 세상을 깜짝 놀래켰던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본드음료수 테러사건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형법상의 '상해' 사건은 기본적으로 톱스타를 향한 온라인상의 사이버테러가 오프라인 테러로 변한 것이다. 악플이 악행으로, 그것도 온오프 경계선 침범에 대한 아무 우려나 고민 없이 저지른 그런.

전혀 문맥은 다르지만 왠지 김지하의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글이 떠오른다. '젊은 벗들! 나는 너스레를 좋아하지 않는다. 잘라 말하겠다. 지금 곧 죽음의 찬미를 중지하라. 그리고 그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당신들은 잘못 들어서고 있다. 그것도 크게!(중략)'

그렇다. 고인이 정성스럽게 가꿨을 홈피를 더럽히는 악플러들, 고인의 생전 사진을 바로 옆에 두고 그런 몰상식한 글들을 올리는 인간들, 당장 그 짓을 걷어치워라. 당신들의 그 글은 이미 철없는 글 장난이 아니라 고인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폭력이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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